현대 재즈가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은 거대한 지배 흐름에 순종하기 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재즈를 생각하고 이에 따라 연주를 한다는 데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같은 스타일로 분류되는 재즈 내에서도 여러 다양한 개별성이 존재하며 이러한 개별성의 상당수는 스타일의 혼재로 드러나기도 한다. 아마 스테파노 사콘의 이번 앨범이 그러한 경우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낯선 이 연주자의 음악은 연주 스타일 면에서는 포스트 밥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음악에 편재하는 서사적이고 시각적인 분위기는 이러한 분류를 뛰어 넘는다. 이러한 서사성들은 섬세한 작곡을 통해서 드러난다. 스테파노 사콘은 모든 곡에 게 즉흥 연주에 대한 개방성을 부여하면서도 각각의 개별 연주들이 그가 미리 설정한 방향을 따라 진행되도록 여러 장치들을 배치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획적 의미가 강한 작곡을 기본적인 음표들의 나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렉트로닉스의 효과적인 배치로 완성시켜나가고 있다. 곡의 서사성은 바로 이러한 음악적인 것을 벗어나는 부분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앨범에 참여한 연주자들의 연주 또한 그대로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탄탄한 호흡은 이 앨범이 라이브 녹음이라는 것을 무색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호흡이 감상자를 연주보다 전체 사운드와 그 시각적 흐름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