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재즈계의 메이저 레이블의 보컬 개념이 바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특히 버브사에서 적극적인 열의를 보이고 있는 최근 보컬 앨범들을 보면 이러한 생각은 확신으로 굳어진다. 실제 전통적인 백인 재즈 보컬의 영역을 계승한다고 평가 받는 시대의 디바 다이아나 크롤의 지난 앨범도 상당한 변모를 들려주지 않았던가? 그리고 지난 달에 소개했던 귀네스 허버트의 경우 포크적 감수성이 깃든 새로운 질감의 재즈 보컬을 들려주었다. 여기에 이 달에 소개하는 리즈 라이트를 포함시켜야 할 듯싶다. 이번 그녀의 두 번째 앨범은 끈적거리고 육감적인 흑인 특유의 재즈 보컬이나 진한 와인 빛의 감미로운 백인 보컬의 전형에서 거리를 둔 음악을 담고 있다. 아니 오히려 백인 보컬과 흑인 보컬의 장점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되어 있다고 하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피아노 대신 기타나 잔잔한 키보드가 중심에 서서 때로는 세련된 도시적 서정과 자연의 순수함을 표현하고 있는 사운드에는 재즈 외에 R&B와 포크 등의 영향이 발견된다. 이를 기반으로 노래하는 리즈 라이트의 보컬도 힘의 강약, 리듬의 조절 등으로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 듯 분위기의 표현에 보다 더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보컬이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앨범 전체를 지배하는 약간의 우울과 삶, 사랑에 대한 담담한 듯한 체념, 달관의 정서다. 그래서 그녀에겐 과장된 상승이나 하강이 필요 없다. 그저 일관된 톤으로 묵묵히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낼 뿐이다. 만약 이 앨범에서 편안함만큼 쓸쓸함의 정서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것은 바로 이러한 리즈 라이트의 보컬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면이 감각적인 면에 우선적으로 반응하는 대중적 요구를 만족시키리라 생각된다. 그러면서도 음악적 깊이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이번 앨범을 올 해의 인상적인 보컬 앨범의 하나로 평가하기에 충분하다.
Dreaming Wide Awake – Lizz Wright (2005 Ver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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