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연주자 찰스 로이드는 현재 거장의 대우를 받고 있다. 그리고 그가 거의 매년마다 선보이고 있는 앨범들은 늘 화제의 대상이 되곤 한다. 국내에서도 그의 연주,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감상자가 적지 않다. 얼마 전 그의 내한 공연이 이를 말해준다. 하지만 그는 분명 일흔이 넘은 나이의 거장임에도 정작 그의 대중적 인기는 1990년대 말부터 일어나지 않았나 생각된다. 특히 1999년도 앨범 <Voice In The Night>이 비평적 찬사와 상업적 성공을 함께 거두면서부터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많은 감상자들이 그의 음악을 좋아하면서도 그의 과거에 대해서는 ‘대단했다더라, 그러나 음악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며 하나의 전설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찰스 로이드의 과거 연주가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활동에 있어 70년대라는 단절의 시기가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중반부터 솔로 앨범을 내기 시작하며 60년대 후반 절정의 시기를 맞았지만 70년대가 시작되면서 돌연 은퇴에 가까운 공백기를 맞았던 것이다. (여기에는 퓨전 재즈로 대표되는 70년대 재즈 환경의 큰 변화를 이유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1960년대의 찰스 로이드와 1990년대 이후의 찰스 로이드 사이에는 감상자 층에 커다란 단절이 생겨버렸다.
그런 와중에 이번 선집 앨범은 찰스 로이드의 초창기 시절, 특히 자신의 스타일을 확립하고 만개했던 아틀란틱 레이블에서의 활동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사실 그가 아틀란틱 레이블에서 앨범을 녹음했던 기간은 1966년부터 1969년까지 3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대표작이라 할만한 앨범은 1966년과 1967년 두 해에 집중되어 있다. 두 장의 CD로 이루어진 이번 선집 앨범만 해도 1968년도 앨범 <Soundtrack>에 수록되었던 ‘Voice In The Night’을 제외하고는 모두 1966년과 1967년에 녹음된 7장의 앨범에서 선곡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선집이 찰스 로이드의 한 시기를 대표하는데 부족할 것이라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현재 그의 연주를 특징짓고 있는 매력들 즉, 존 콜트레인의 영향이 느껴지는 부드럽게 노래하는 듯한 연주와 몰아(沒我)의 경지를 추구하는 듯한 선(禪)적인 연주가 이미 이 당시부터 드러나고 있었음에 먼저 놀라게 될 것이다. 특히 90년대 이후의 연주로 사랑을 받고 있는 ‘Voice In The Night’, ‘Forest Flower: Sunrise-Sunset’같은 곡들이 이미 이 당시에 만들어져 연주되었다는 사실을 통해 70년대라는 단절의 시기가 있었지만 그의 음악적 정수는 여전한 연속임을 확인하게 해준다. 그리고 그 연속은 현재 찰스 로이드가 현실적인 나이와 상관 없이 여전히 자신의 젊음 속에서 연주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약 4년의 기간 동안 찰스 로이드의 곁에는 키스 자렛이 언제나 함께 했다. 알려졌다시피 키스 자렛은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찰스 로이드 퀄텟에서 연주를 하게 되면서 도약의 시기를 맞을 수 있었다. 게다가 드럼 연주자 잭 드조넷과의 호흡도 이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래서 찰스 로이드의 연주만큼이나 재기 발랄한 키스 자렛의 연주에 관심을 갖는 것도 또 다른 감상의 재미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