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 윈스톤은 리듬을 안으로 감추고 시적인 감수성을 서정적으로 표현하는 유럽 특유의 재즈 보컬의 원형을 만들었다 할만한 보컬이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녀는 목가적인 청아함이 깃든 목소리와 끝을 흩뿌리는 듯한 신비로운 발성으로 한편의 수채화 같은 노래를 들려준다. 다른 악기가 필요 없을 정도로 독자적 시성을 발산하는 노래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와 함께 하는 클라우스 게싱의 클라리넷, 혹은 색소폰, 글라우초 베르니에의 피아노를 무시하면 안 된다. 이미 지난 2004년 <Chamber Music>이라는 앨범에서 노마 윈스톤과 함께 했었던 두 연주자들은 노마 윈스톤의 보컬에 적당한 습기와 온기를 제공하며 자신의 연주자적 역량을 훌륭히 드러낸다. 노마 윈스톤 특유의 정제미를 존중하면서도 두 연주자만의 자유로운 솔로를 펼치며 두 연주자가 10년간 함께 해 온 호흡이 만만치 않음을 드러낸다.
한편이 두 연주자들은 모두 탁월한 작곡 능력을 선보인다. 그런데 그 개성이 상이하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클라우스 게싱이 보다 긴장을 강조하고 연주에서의 즉흥성을 강조한다면 글라우초 베르니에는 보다 정적이고 안정적인 멜로디와 구조를 사용한다. 이러한 상이한 맛은 노마 윈스턴의 보컬이 지닌 섬세한 다양성을 강조하는데 큰 몫을 담당한다. 사실 노마 윈스톤이 두 연주자와 함께 하기로 결심했던 것도 이러한 작곡의 가능성 때문이었다고 한다. 한편 세 사람은 자작곡 외에 피터 가브리엘, 콜 포터, 에릭 사티, 그리고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곡도 노래, 연주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사티와 파졸리니의 곡을 결합한 “Ciant”는 미적인 측면에서 깊은 여운을 준다.
어찌보면 이번 앨범은 노마 윈스톤이 전면에 나서긴 했지만 세 사람의 공동 앨범이라 할만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노마 윈스톤의 보컬에 호감을 느끼다가 이내 보컬과 연주가 어우러진 전체 사운드에 감동을 받게 되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