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아리스타 레이블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진정한 독립 레이블로서의 면모를 갖춘 이후 GRP 레이블은 디지털 녹음과 LP가 아닌 CD발매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이 새로운 기술이 제공하는 향상된 음질을 증명하기 위해 1983년 글렌 밀러 오케스트라의 앨범 <In The Digital Mood>을 CD로 처음 발매해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데이브 그루신과 래리 로젠은 퓨전 재즈 전문 레이블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유명한 거장들의 앨범을 제작해 나갔다. 그 가운데 이 앨범은 글렌 밀러 오케스트라의 성공에 힘입어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서 대규모 빅밴드 사운드가 얼마나 생동감 있게 들리는지, 그리고 레이블이 퓨전 재즈만큼 재즈의 전통에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되었다.
물론 오케스트라의 리더는 듀크 엘링턴이 아니었다. 그의 아들 머서 엘링턴이 전체를 지휘했다. 대신 듀크 엘링턴 오케스트라의 멤버였던 클락 테리, 루이스 벨슨, 브릿 우드먼 같은 연주자들이 브랜포드 마샬리스, 에디 다니엘스 등과 함께 참여하여 오케스트라의 정통성을 증명하고자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오케스트라는 디지털 환경으로 인해 한결 여유로워진 공간속에 과거의 향수를 충실히 재현한다. 그 가운데 브랜포드 마샬리스의 솔로와 브라스 섹션과 피아노가 적절히 어우러진 ‘Cotton Tail’은 스윙 시대의 낭만을 새롭게 음미하게 한다. 그리고 ‘Mood Indigo’, ‘Sophisticated Lady’, ‘Take The ‘A’Train’ 등의 듀크 엘링턴을 대표하는 곡들 또한 재즈가 팝 그 자체였던 스윙 시대를 추억하게 한다. 한편 앨범은 스윙 시대의 낭만으로 가득한 전통적 빅 밴드 사운드가 보다 복잡해지고 속도의 지배를 받는 현재를 위한 배경음악으로도 유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비록 GRP레이블 하면 떠오르는 퓨전 재즈와는 다른 사운드지만 정서적으로는 유사성을 지닌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