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랜겔은 GRP 레이블의 90년대를 책임졌던 색소폰 연주자이자 플루트 연주자였다. 사실 재즈를 연주하면서 알토나 테너 색소폰을 주로 연주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그가 실력을 뽐냈던 악기는 피콜로 플루트였다. 그는 1980년대 중반부터 전문 연주자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는데 에릭 마리엔탈, 하이람 불록, 에릭 게일, 자코 파스토리우스 등 퓨전 재즈 내에서도 다소 거칠고 강렬한 질감의 사운드를 선호하는 연주자들과 주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색을 만들어 나갔다. 그 가운데 데이빗 샌번 계열의 건조하면서 힘이 넘치는 색소폰 톤을 만들어 냈다. 그는 GRP 레이블에서만 총 7장의 앨범을 녹음했다. 그 중 데이브 그루신과 래리 로젠이 레이블에서 손을 뗄 무렵이었던 1994년 11월부터 1995년 1월 사이에 녹음된 앨범 <Destiny>는 지금까지 그를 대표하는 앨범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 앨범에서 넬슨 랜겔은 첫 곡 ‘The Road Ahead’, ‘Streetwise’그리고 타이틀 곡 ‘Destiny’등을 통해 특유의 활력 넘치는 연주를 유감 없이 드러낸다. 특히 이들 곡처럼 빠른 템포의 곡에서는 테너, 알토, 소프라노 색소폰을 오버더빙을 통해 직접 연주하여 만들어낸 혼섹션으로 사운드에 더욱 강렬한 힘을 불어넣었다. 반면‘Rainbow Shadows’, ‘Joie De Vivre 삶의 기쁨’등의 곡에서는 플루트 연주로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표현했다. 한편 펑키한 분위기의 곡에서도 그렇지만 ‘A House Is Not A Home’의 연주는 유난히 데이빗 샌번을 연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