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유럽의 드럼 연주자들이 리더 앨범을 발표할 때는 의외로 현란한 자신의 드럼 연주를 감추곤 한다. 그리고 출중한 자신의 작곡 편곡 실력을 드러내곤 하는데 로베르토 가토의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여러 세션을 통하여 감동적인 드럼 연주를 들려주었던 로베르토 가토는 이번 앨범에서 탁월한 그의 작곡 실력을 보여준다. 그의 곡들은 포스트 밥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나 그 속에는 이태리 특유의 낭만적인 정서가 강하게 배어 있다. 그래서 음악적으로 진지한 무게가 있으면서도 듣기 편한 사운드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로베르토 가토가 자신의 작곡과 그것의 실현에 중점을 두는 만큼 각 연주자들은 과도하게 자기 표현을 하지 않는다. 테마를 리드하는 색소폰과 트롬본마저 강렬하게 자기 표현을 해도 좋을 듯 싶은 순간에도 전체 사운드에 맞추어 그 열정을 식히곤 한다. 그런데 이러한 전체 분위기의 강조가 곡의 포인트를 흐리게 할 때가 있다. 정해진 사운드의 틀 안에서 지배하는 연주자가 있어야 하는 순간에 그냥 스리슬쩍 앙상블 효과로 넘어가는 때가 연출되곤 하는데 이것은 전체를 생각하면서 연주자들이 자신보다 상대를 더 의식해서 생긴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들을수록 수묵 담채화처럼 은은하게 감상자를 사로잡는 그윽함은 이 앨범의 매력이다.
Deep – Roberto Gatto Quintet (Cam Jazz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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