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목록에서 그렇게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팻 메스니에게 있어 트리오연주는 나름대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 한다. 실제 그는 첫 앨범을 트리오로 녹음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후 음악적 원형을 찾듯이 세 차례에 걸쳐 트리오 앨범을 녹음해왔다. 하지만 첫 트리오 이후 그는 자신의 의도대로 트리오 연주를 하기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 두 번째 앨범에서는 찰리 헤이든이 세 번째 앨범에서는 로이 헤인즈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래리 그르나디에, 빌 스튜어트로 구성되었던 2000년도 트리오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의도대로 연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나이나 경력 등에 있어서 팻 메스니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편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아무튼 그래서일까? 크리스티안 맥브라이드(베이스), 안토니오 산체스(드럼)과 함께 한 이번 새로운 트리오는 지난 2000년도의 트리오를 전형으로 삼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것은 트리오의 연주 진행 방식, 트리오의 연주자체에 매진하는 곡과 팻 메스니 특유의 목가적 분위기가 돋보이는 곡이 적절히 안배된 구성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새로움의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이번 앨범은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는 것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2000년도의 트리오 앨범 <Trio 99>00>(Warner 2000)이 앨범 단위의 화두를 지향하기 보다 연주자체에 보다 집중하는 성격이 강했고 또 이런 측면이 팻 메스니에게 편한 의미로 다가왔다면 이를 따르는 이번 앨범을 두고 신선도를 말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이번 앨범 역시 개별 곡 단위로 편하게 자유롭게 연주하는 것을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보다 발전적인 면을 따진다면 트리오의 중심에 위치한 팻 메스니의 공간 장악력이 지난 앨범보다 훨씬 더 강하게 드러난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두 멤버가 팻 메스니의 반주자 수준으로 격하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팻 메스니와 두 연주자간의 인터플레이, 호흡은 이 세 연주자 이미 수년에 걸쳐 공연 활동을 해온 만큼 흠잡을 데 없이 탄탄하고 화려하다. 모두 자신이 등장할 때와 뒤로 물러날 때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연주의 정밀한 맛을 돋우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기막힌 겹침과 펼쳐짐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앨범은 커다란 감상의 쾌감을 선사한다.
한편 이번 앨범은 지난 해 서울 공연 당시 팻 메스니가 미리 예견했던 것이었고 또 그 공연에서 아직 제목도 정해지지 않았던 수록 예정곡 세 곡이 연주되기도 했었다. 따라서 지난 공연을 기억하는 감상자라면 더욱 관심이 가는 앨범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