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우리는 음악을 귀를 쫑긋 세우고 진지하게 감상해야 하는 것과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배경처럼 흐르듯이 들으면 좋은 음악으로 나누는 경향이 있다. 즉, 가벼운 음악과 진지한 음악이 각각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Be Still My Heart”란 곡으로 인기를 얻은 실예 네가드의 음악은 어느 쪽에 속할까? 아마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목소리와 음악에 담긴 부드러움으로 인해 배경처럼 흐르는 가벼운 음악에 그녀의 음악을 위치시키지 않을까 싶다. 이것은 분명 일리 있는 선택이다. 그러나 사실 가벼운 음악과 진지한 음악 외에 음악에는 진지하면서도 가벼운 음악이 존재한다. 즉, 편하게 들을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이런저런 음악적 진지함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실예 네가드의 음악이 그렇다. 그녀의 음악은 결과론적 측면에서 본다면 매우 가볍고 편안한 음악이다. 그러나 이런 대중적 측면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실예 네가드 본인이 음악적으로 변모를 시도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실예 네가드의 음악은 가벼운 감상과 진지한 감상 모두를 가능하게 한다. 이번에 발매된 새로운 앨범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번 새 앨범은 음악적으로 한 층 새로워진 실예 네가드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무엇보다 피아노 연주자가 토드 구스타프센에서 헬게 리엔으로 바뀐 데서 시작된다. 그동안 토드 구스타프센은 달콤하고 촉촉한 피아노 연주로 실예 네가드의 노래에 부드러움을 더했다. 하지만 최근 ECM 레이블을 통해 독자적 트리오 활동을 하면서 바빠진 듯 실예 네가드를 떠났다. 그래서 새로 헬게 리엔이 피아노를 맡게 되었는데 그는 그동안 독자적인 앨범 활동으로 국내의 여러 재즈 애호가들에게도 친숙한 인물이다. 그런데 그의 피아니즘은 토드 구스타프센에 비해 다소 어둡고 무겁다. 그 결과 실예 네가드의 이번 앨범은 이전에 비해 다소 무거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편 기타 연주자 역시 뵤른 찰스 드레이어에서 핀 구토름센으로 바뀌었는데 이 기타 연주자의 변화 역시 앨범의 역동적 이미지에 변화를 주었으며 전체 재즈를 중심으로 포크와 팝적인 요소가 가미된 사운드의 성분비에 변화를 야기 시켰다. 그래서 앨범의 사운드는 재즈보다는 팝적인 맛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러한 사운드의 변화는 <At First Light>(2001), <Nightwatch>(2004)로 이어진 밤의 이미지, 어두움의 이미지를 한층 강화시켰다. 그렇다고 실예 네가드가 눈물을 흘리며 노래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밝고 화사한 곡도 있다. 그러나 앨범의 수록 곡들은 모두 빛처럼 어두움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한편 이렇게 사운드가 변화되었다고 해서 그녀의 매력이 다른 것으로 확 바뀌었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그녀가 곡을 쓰고 마이크 맥구르크가 가사를 쓴 곡들은 편안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성숙한 여인의 향취와 귀여운 소녀의 이미지가 공존하는 실예 네가드의 보컬도 여전하다. 그리고 이 곡들이 모여 만들어 낸 정서고 예전처럼 개인적이고 실내적이다. 그러므로 이번 앨범 역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의 마음을 위로하기에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Nightwatch>에 이은 성공을 기대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