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여성 보컬 수잔 아부헬의 솔로 앨범 리뷰를 쓰면서 그녀의 반주를 담당했던 피아노 연주자 볼페르트 브레데로데의 연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던 적이 있다. ECM 레이블의 주인인 맨프레드 아이허의 귀에도 그의 연주가 꽤나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그에게 자신의 앨범을 녹음할 기회를 주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앨범을 들으면 그가 분명 뛰어난 연주자임에 분명하지만 자신을 드러내는 데는 아직 소극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전히 뒤에서 사운드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하려 했다고나 할까? 실제 그의 피아노 연주는 수잔 아부헬의 앨범에서의 연주 이상을 보여주지 않는다. 전면에 나서는 것이 보컬이 아니라 클라우디오 푼틴의 클라리넷으로 바뀌었을 뿐 수잔 아부헬의 분위기와 그다지 다를 것이 없다. 따라서 1974년 생인 그가 비슷한 연배의 다른 피아노 연주자들과 함께 ECM의 새로운 피아니즘을 책임질 연주자로 인정 받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작곡가이자 사운드의 조율자로서의 볼페르트 브레데로데의 모습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흔히 말하는 ECM 사운드 안에 머무르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잘 드러냈다. 특히 적당한 긴장과 건조함으로 가득한 멜로디가 있는 사운드는 전적으로 낭만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너무 달착지근하지 않으며 화려하지 않은 편한 사운드를 찾는 감상자들에게 큰 만족을 주리라 생각한다.
Currents – Wolfert Brederode Quartet (ECM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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