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연주자 에릭 마리엔탈은 칙 코리아가 자신의 일렉트릭 밴드의 멤버로 그를 발탁하기 전까지는 무명에 가까운 클럽 연주자였다. 그러나 칙 코리아의 혜안(慧眼)덕에 일렉트릭 밴드의 멤버가 되고 나아가 80년대 중반 이후 퓨전 재즈의 실력파 연주자로 인정 받을 수 있었다. 다른 일렉트릭 밴드 출신의 동료들처럼 그 또한 기본적으로 도시적이고 편안한 퓨전 재즈를 추구하면서도 비밥에서 출발한 화려한 솔로 연주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일렉트릭 밴드 멤버로 활동하는 중에 역시 칙 코리아의 든든한 후원 속에 GRP 레이블에서 리더 앨범을 발표할 수 있었다. 일렉트릭 밴드의 동료 존 패티투치와 함께 직접 제작의 책임을 졌던 그의 세 번째 리더작 <Crossroads>는 지금까지도 그를 대표하는 앨범으로 꼽힌다. 이 앨범에서 에릭 마리엔탈은 당시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던 일렉트릭 밴드의 사운드를 자기식으로 반영한 사운드를 펼쳤다. 실제 앨범에는 레셀 페런트, 비니 콜라이우타, 테리 린 캐링턴 등의 일급 세션 연주자들과 함께 존 패피투치, 칙 코리아, 데이브 웨클 등 일렉트릭 밴드의 동료들이 참여하여 색소폰 연주자를 지원했다. 그래서 앨범은 연주자들의 탄탄한 호흡 속에 펼치는 연주의 즐거움이 기본적인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런 이유로 사운드의 질감은 퓨전 재즈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연주의 흐름이나 악기간의 인터플레이 등은 포스트 밥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The Sun Was In My Eyes’, ‘Cross Country’ 같은 곡에서의 솔로는 이 색소폰 연주자를 퓨전 재즈 연주자로만 정의하는 것이 부당함을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