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은 James Carter의 J C On The Set(DIW 1994)로 데뷔 후 1년 뒤 제임스 카터 세션시 함께 했던 멤버들과 녹음한 것으로 크레이그 테이본에게는 첫 번째 리더작이 된다. (녹음은 일 년의 시간 차이가 있지만 두 앨범의 발매는 같은 해에 이루어졌다.) 이 앨범에서 그는 밥이라는 이디엄에 현대 음악에 경도된 자신의 취향을 가미한 학구적인 연주를 펼친다. 테이본이 곡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은 밥의 양식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직적이고 구조적인 관점에서 이루어 지고 있기에 의외로 각 곡마다 그만의 엄격성이 드러난다. 예로 그의 피아노 연주에는 왼손과 오른손 간의 긴장이 아주 강하게 드러난다. 그의 왼손은 결코 오른 손을 자유롭게 놓아두지 않는다. 그래서 각 곡의 테마는 멜로디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제약하는 코드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테마의 비약은 곧 곡의 구조의 비약과 직결된다. 그래서 결과로서의 사운드는 매우 직선적이면서 자유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분명 이러한 요소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과거 하드 밥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것들이다. 그래서 이 앨범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새로이 태어난 밥의 이디엄이라는 평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본다면 당시 신인이었음에도 귀를 의심할 만한 테이본의 뛰어난 연주 외에도 함께 참여한 연주자들의 솔로와 이들간의 상호 연주도 매우 뛰어나다. 세 연주자는 독자적인 연주를 펼치면서도 하나가 되어 마치 폭주 기관차처럼 전속력으로 전진해 나간다. 그래서 동시에 이 세 연주자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이러한 밥을 근간으로 하면서도 현대적이며 진보적인 앨범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밥의 이디엄이 시대 전체를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재즈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한 경우의 차원에 불과한 것으로 그 위상이 변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그래서 테이번만의 자유로운 자기 표현이 가능했던 것이다. 한편 보통 현대적이고 진보적인 재즈를 이야기할 때 재즈 안보다는 밖에서 들어온 양식에서 더 많은 근거를 찾거나 아예 기존의 재즈와는 전혀 다른 무엇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다면 이 앨범을 감상하기를 권한다. 분명 아방가르드가 과거와 무조건 적인 단절을 의미하지 않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