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과 즉흥 연주는 재즈에서 서로 대립되는 개념으로 이해되었었다. 왜냐하면 작곡의 안정된 구조가 자유를 열망하는 즉흥 연주를 제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즉흥 연주가 극단으로 치달아 프리 재즈라는 영역에 도달했을 때 많은 연주자들은 역설적이게도 그 곳에서 새로운 작곡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로스코 미첼 역시 아트 앙상블 오브 시카고 시절부터 줄곧 자유롭고 진보적인 프리 재즈의 영역에 머무르면서 동시에 현대 클래식과 관련된 작곡에도 커다란 관심을 보여왔다. 이번 새로운 앨범은 그런 작곡과 즉흥 연주의 조화와 긴장을 추구해온 그의 관심사를 보다 더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이 앨범에서 작곡은 하나의 완결된 구조를 지향하지 않고 즉흥 연주가 발생할 수 있는 공간적, 시간적 긴장을 발생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불협적인 악기들의 울림이 급기야는 우발적 소리만이 존재하는 무조의 혼란으로 폭발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즉, 그런 긴장과 혼돈에서 일종의 서사적 개연성이 드러난다는 것인데 바로 이것이 작곡과 즉흥 연주의 가장 이상적인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