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ECM을 통해 발매되었던 수잔 아부헬의 첫 앨범 <April>은 실내악적인 회색 빛 사운드와 침묵, 그리고 시적인 감성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음악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것은 내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5년 만에 선보이는 그 두 번째 앨범에 큰 기대를 갖고 기다렸는데 실제 앨범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상당한 미적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이번 앨범에서 그녀는 한층 더 내적인 긴장을 머금은 작곡 솜씨를 드러내고 있으며 그 외에 선 라, 칙 코리아, 루치아노 베리오 등 개성이 다른 작곡가들의 곡을 노래한다. 물론 이들 곡들이 모두 그녀만의 모노톤 세계에 잘 녹아 들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한편 영어와 거리가 있는 우리 감상자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일이지만 중국 명나라 시절의 고시(古詩)부터 제임스 조이스 등의 글에서 가사를 가져와 보다 독특한 그녀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도 앨범의 특징이다. 밴드는 드럼 연주자를 제외하고 구성이 변하지 않았다. 그 중 사운드 속에서 두 번째 목소리 역할을 하는 크리스토프 메이의 클라리넷 연주가 매우 인상적이다. 한편 미셀 포르탈이 게스트로 참여하여 두 곡에서 멋진 클라리넷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Compass – Susanne Abbuehl (ECM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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