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재즈 기타의 선구자로 찰리 크리스챤과 함께 장고 라인하르트를 언급하곤 한다. 두 연주자 중 찰리 크리스챤이 전자 기타 연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면 장고 라인하르트의 경우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에서 혁신적인 면을 보여주었었다. 그런데 장고 라인하르트의 음악은 단순히 재즈 기타의 흐름에 영향을 끼친 것 외에 집시 뮤직을 영감으로 충만된 창조적 음악으로 인식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전통은 지금까지 프랑스를 중심으로 계승되고 있다. 이번에 처음 소개되는 안젤로 데바르가 바로 그 적자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국내에서는 지명도가 거의 전무하지만 프랑스 내에서는 비렐리 라그렌 등과 함께 집시 스윙의 대표적인 기타 연주자로 인식되고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노르웨이의 핫 클럽 레이블에서 녹음했던 그의 녹음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비렐리 라그렌은 물론 지미 로젠버그와 함께 명징하고 깔끔한 기타 톤으로 흥겨움과 낭만이 가득한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었다. 그의 새로운 녹음인 <Come Into My Swing> 역시 기존에 그가 보여주었던 정겹고 따뜻한 음악들의 연장에 해당한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 그는 루도빅 바이에르라는 젊은 아코디언 연주자가 그의 대화 상대로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앨범에 담긴 그의 연주들은 제 3자에 해당하는 우리에겐 모두 같은 스타일의 음악으로 비추어질지 모르지만 나름대로 다양하다. 집시 음악과 프랑스에서 고유하게 발전된 3박자의 집시 왈츠, 그리고 재즈가 안젤로 데바르의 기타를 통해 만나 신선한 음악적 느낌을 만들어 내고 있다. 따라서 이 앨범은 무조건 그 때가 좋았다는 식의 과거에 대한 짙은 향수가 어린 앨범으로만 생각할 수 없다. 그보다 과거에 대한 추억을 바탕으로 그는 지금 이 시대의 음악 감상자들의 정서를 파고드는 연주를 펼친다. 그래서 단순히 안젤로 데바르의 연주를 집시 기타라는 전형에 가두어 그의 개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실제 이 앨범에서 그는 장고 라인하르트의 곡도 연주하고 있지만 미국 재즈 스탠더드 곡도 멋들어지게 연주하고 있다. 특히 그의 자작곡은 집시 재즈의 전통과 맛닿아 있지만 그 안에서 그만의 독창적인 감수성이 느껴진다. 특히 그의 연주는 집시 음악의 애상, 슬픔보다는 삶에 대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정서가 더 강하게 드러난다.
이 앨범의 가장 큰 미덕은 명징하고 깔끔한 기타와 아코디언 연주지만 음악은 감상자의 긴장을 이완시키고 휴식의 상태로 안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적당한 흥겨움과 신선한 음악적 기분전환이 필요한 감상자들에겐 아주 제격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