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리시아 바버가 콜 포터가 남긴 스탠더드 곡들을 노래했다. 시적인 가사와 신화적 이야기로 채워졌던 최근 그녀의 앨범들에 비하면 ‘콜 포터’라는 화두는 가벼운 편이다. 실제 앨범에 담긴 콜 포터의 곡들은 비교적 평이한 편곡의 길을 따른다. 적절히 스윙하는 밥 형식부터 보사노바, 라틴 리듬의 편곡들이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이 평이한 편곡에 파트리시아 바버라는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전체 사운드가 낯설고 새로운 정서를 산출한다는 것이다. 사실 특별히 높낮이가 크지도 않고 감정을 그다지 많이 드러내지 않는 그녀의 목소리와 창법은 다른 후배들이 모범으로 삼을 만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크리스 포터의 색소폰과 닐 알제의 기타가 이끄는 사운드 위를 유영하는 그녀의 노래는 분명 치명적이다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차가운 듯하면서도 실상은 뜨거운 푸른 불꽃을 연상시키게 한다. 결국 이번 앨범은 피아노 연주자, 밴드의 리더 이전에 보컬로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한 앨범이 아닐까 싶다. 앨범 타이틀이 ‘Cole Porter Mix’인 것도 결국 자신의 개성을 불어넣는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Cole Porter Mix – Patricia Barber (Blue Note 2008)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