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를 불문하고 전자 악기는 첨단의 사운드를 들려주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것은 전자 악기의 다양한 가변성 때문인데 문제는 이렇게 미래지향적 소리를 내는 만큼 전자 악기가 들어간 음악은 시간이 흐르면 다른 어쿠스틱 악기 중심의 연주보다 쉽게 낡은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전자 악기가 가미된 재즈에서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전자 악기와 프로그래밍이 중심이 된 재즈는 퓨전 재즈에서 스무드 재즈로 탈바꿈하면서 재즈적 즉흥 연주마저 제약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재즈인지 재지(Jazzy)한 음악인지 구분하는 것이 모호한 경우가 많다.
키보드 연주와 사운드 프로그래밍에 뛰어난 제이슨 마일스의 새로운 프로젝트인 맥시멈 그루브는 이러한 전자 악기 중심의 사운드의 한계를 인식한 데서 시작된다. 즉, 첨단적인 전자 악기 연주와 사운드 프로그래밍을 사용하되 결코 이것은 완전히 전면에 나서게 하지 않고 어쿠스틱 악기의 감각적인 연주를 내세우는 것이 맥시멈 그루브가 지향하는 사운드인 것이다. 이를 위해 제이슨 마일스가 동원한 연주자들의 리스트는 실로 대단하다. 이런 종류의 앨범들이 유달리 화려한 참여 연주자 리스트를 자랑하곤 하지만 이 앨범은 그 중 최고의 연주진이 아닐까 싶다. 허브 앨퍼트의 트럼펫부터 마이클 브레커, 앤디 스나이처, 월터 비슬리, 제이 베켄스타인 같은 색소폰 연주자, 하이럼 불럭, 러스 프리맨, 제프 골업, 딘 브라운 같은 기타 연주자까지 이 분야의 대표적 장인들이 다 모였다. 이 화려한 연주자들을 기용해 만들어 낸 맥시멈 그루브 프로젝트의 결과는 과연 그 사운드가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신선함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도시적이고 세련된 사운드 속에서도 연주의 생동감을 살려내는 데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릴 만 하다. 특히 앨범의 사운드는 인간적인 연주를 살리면서 1970년대와 1980년대의 퓨전 재즈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면을 보이고 있어서 첨단의 이미지 속에서 과거의 향수를 느끼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