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에 접어들면서 데이빗 샌본은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만들고 싶어했다. 어쩌면 아무리 70,80년대에 이룩한 그의 명성이 뛰어난 것이었다 하더라도 그로서는 더 이상 70,80년대의 그 화려한 연주들에서 새로움과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후 데이빗 샌본이 보여주었던 자기 변화의 시도들은 그 진지한 노력과 그에 따른 귀를 솔깃할 정도의 몇몇 성과에도 불구하고 약간 혼란스러운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가 변화하고자 하는 방향이 다소 모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낙관과 여유의 정서를 표현하고 싶었던 모양인지 무조건 그는 부드럽고 힘이 덜 들어간 연주와 사운드를 추구했다. 그런데 그것이 이상하게 데이빗 샌본-특히 그의 톤 컬러-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도 데이빗 샌본은 경쾌한 리듬을 따라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하게 알토 색소폰을 불어 제켜야 그답지 않은가?
하지만 이번 앨범은 지금까지 데이빗 샌본이 보여주었던 변화의 시도 가운데 가장 좋은 결과를 낳았다는 생각이다. 래리 골딩, 러셀 말론, 크리스티안 맥브라이드 등 퓨전/스무드가 아닌 (포스트) 밥 쪽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주자들과 함께 한 이번 앨범은 다른 어느 앨범보다 안정적이고 무게감 있는 사운드로 어떻게 연주해도 전체 사운드를 뚫고 밖으로 튀어나오는 데이빗 샌본의 색소폰이 지닌 카리스마를 감싸고 있다. 특히 사운드에 안정성을 부여하는 크리스티안 맥브라이드의 육중한 베이스 연주는 사운드의 가장 큰 중요 열쇠이다. 이전에 마커스 밀러가 데이빗 샌본의 사운드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던 것에 상응할 정도로 앨범에서 그의 존재는 데이빗 샌본 만큼이나 막강하다.
분명 이번 앨범이 데이빗 샌본이 90년대 이후 추구했었던 자기 사운드의 완성본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필자는 기왕이면 프레이징 방식도 바꾸었으면 하는 바람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제 분명한 것은 그가 비로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새로운 옷을 찾았다 점이다. 그래서 성급할 지 몰라도 다시 그의 다음 행보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