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을 연주하며 보컬도 담당하는 헬렌 에릭손이라는 낯선 노르웨이 여성의 이 앨범은 형식과 감각이 이상적으로 맞물려 있는 아주 감각적인 앨범이다. City Dust라는 앨범 타이틀 처럼 이 앨범 안에는 모든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요소들이 결합되어 있다. 도시를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서정, 우울, 낭만의 정서들이 혼재되어 그 자체가 다시 복잡함이라는 도시의 한 단면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정서적 요인들은 단지 곡들의 분위기 변화만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다양한 경우에 따라 차용한 다양한 음악 요소들을 통해서 그려지는 양상을 보인다. 그래서 스탄 겟츠를 연상시키는 색소폰과 보사노바의 따스함, 트립합의 우울, 70년대를 연상시키는 그루브, 뇌쇄적인 보컬, 간간히 들리는 알수 없는 소음등이 기막힌 순간에 정서적 효과를 수반하면서 서로 절묘하게 연결되며 등장한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음악적 다양성들은 하나의 서사적 분위기를 형성하여 감상자를 마치 지하철을 타고 각기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정거장을 지나치듯이 도시를 여행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그녀가 제공하는 이러한 감상의 환상적이고 시각적인 즐거움은 재즈는 물론 다른 대중음악의 감상자까지 매혹시킬 수 있는 것이다. 누가 이 육감적이며 동시에 지적인 음악을 특정 대상층만을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