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부터 2년단위로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고 있는 모니카 맨시니의 세 번째 앨범이 발매되었다. 오늘 소개하는 Cinema Paradiso이전의 두 앨범이 들려주었던 음악들은 특별한 기교없이 소박한 태도로 과거를 향하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미국에서나 만들어질 수 있는 전형적인 미국적인 음악이었다. 그녀의 음악은 많은 재즈 연주자들이 차용해서 자신의 연주실력을 드러낼 수 있었던 스탠다드라는 토양을 제공한 시대의 음악 스타일을 계승한다. 2000년도 앨범 Dreams of Johnny Mercer(Concord 2000)는 자니 머서의 음악을 재즈 스탠다드의 입장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미국 대중음악의 향수라는 시각에서 접근한 것이었다. 이번 앨범도 영화로 그 소재가 바뀌었을 뿐 모니카 맨시니의 과거지향적인 시각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 앨범은 제목이 암시하듯이 영화의 주제곡을 노래한 앨범이다. 타이틀 곡 Cinema Paradiso를 비롯해서 The Summer Knows, Over The Rainbow등의 영화 주제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알려진 것처럼 그녀가 영화 테마를 택한 것이 유명한 영화 음악가인 아버지 헨리 맨시니의 영향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니 지금가지 그녀가 보여준 음악의 복고적인 성향은 한번쯤은 이러한 시도를 하겠다는 예상을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수록된 곡의 몇 곡들은 이미 많은 재즈연주자들에 의해서 다양한 스타일로 편곡되어 연주되었기에 이번 앨범도 일반적인 재즈 앨범의 시각에서 원곡의 텍스트성을 넘어 연주자의 역량에 중점을 두고 있는 그런 앨범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앨범은 철저하게 원곡이 지닌 선율미에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 사실 엄밀한 시각에서 본다면 모니카 맨시니의 창법은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재즈 보컬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그보다는 재즈적인 느낌을 지닌 어덜트 컨템포러리 팝 보컬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베리 메닐로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등의 가수들의 음악적 성향에 보다 근접한 모습을 보여준다. 편곡을 보아도 그렇다. 모니카 맨시니를 감싸는 오케스트레이션은 철저하게 성인 취향의 곡들이 지닌 특징을 그대로 따른다. 곡이 지닌 감정의 기복에 따라 물결치듯 앨범 전체에 흐르는 현악파트, 과장하지 않는 피아노 등의 솔로악기는 이미 우리가 많은 영화 음악이나 과거의 대중음악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모든 음악적 요인들은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 없다.
그렇다고 이 앨범을 그냥 가볍고 싫증내기 쉬운 그런 음악, 그런 앨범이라고 단정하지 말자. 모든 곡들이 우리의 예상대로 진행된다는 점. 바로 이 점이 오히려 이 앨범이 지닌 미덕이다. 이 앨범은 감상에 있어 말 그대로 어떠한 분석적인 태도를 거부한다. 그저 편안하게 앨범을 감상할 것을 요구한다. 마치 극장 밖으로 나오면 비현실적이라고 부인하게 되지만 볼 때만큼은 그 상황에 몰입하게 만드는 낭만 가득한 로맨틱 영화처럼 모니카 맨시니의 목소리와 부드러운 오케스트라의 반주는 감상자를 음악이 설정한 분위기로 이끈다. 한편 그 분위기라는 것은 단순히 이 앨범에서 노래되고 있는 곡들이 등장했던 영화의 분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또 일부러 영화와 관련을 맺을 필요는 없다. (사실 필자는 이 앨범에 등장하는 곡들의 영화를 모두 보지는 못했다.) 그보다는 이 앨범 자체에 내재한 부드러운 공기같은 분위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러한 흡입력이 비슷한 스타일의 쉽게 만들어진 앨범들과 구분되게 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