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에는 때가 때인 만큼 크리스마스 앨범이 필자의 리뷰 대상으로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사실 크리스마스 앨범은 일반적으로 분위기만 겨울 맛이 느껴지면 그만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미 연주할 곡이 정해져 있고 또 특별한 용도가 이미 정해져 있는 크리스마스 앨범은 감상자만큼이나 연주자에게도 진지함보다는 하나의 특별한 추억을 만드는 여흥의 시간으로 다가갈지 모른다. 물론 그 안에서도 감상자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다이안 리브스의 이번 앨범은 기존 크리스마스 앨범들과 궤를 약간 달리하는 듯하다. 그녀 역시 평상시의 그녀의 모습, 그러니까 가장 그녀가 편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캐롤을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음악적인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다른 앨범들과 차별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예 크리스마스라는 주제에 어울리지 않는 노래를 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다른 앨범들이 부드럽고 따스한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면 다이안 리브스의 크리스마스는 여전히 재즈 클럽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의 분위기 속에서도 참여한 연주자들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한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다이안 리브스 본인은 누구보다 크리스마스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다른 어느 앨범보다 이번 앨범에서 그녀는 기교적인 측면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최대한 힘을 빼고 부드럽게 노래하고 있다.
아무튼 분위기뿐만 아니라 음악적인 면에서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점에서 이번 앨범은 근래에 보기 드문 크리스마스 명작이 아닐까 생각된다. 게다가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다이안 리브스의 앨범 중 가장 멋진 앨범 평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