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종종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음악을 장르가 아닌 다른 기준으로 구분하곤 한다. 예를 들면 남자에게 더 잘 어울리는 음악 혹은 그 반대의 음악, 시원한 정서를 유발하는 음악 혹은 우울한 정서의 음악, 비에 어울리는 음악 혹은 맑은 날에 어울리는 음악 같은 구분 말이다. 이런 특별한 구분 가운데에는 계절에 따라 음악을 구분하는 것도 포함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라 어울리는 음악을 규정하는 것이다. 예로 많은 사람들은 여름이면 흥겨운 댄스 음악이나 라틴 음악을 듣지 않던가? 그렇다면 겨울은 어떨까? 아마 크리스마스 캐롤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지난 12월 우리는 많은 캐롤 음악을 들으며 크리스마스나 하얀 눈을 상상했다. 그리고 많은 우리 가수들이 종소리를 넣어 겨울 분위기를 낸 노래들을 발표했다. 여기에 프로젝트 그룹 “윈터 플레이”의 음악 또한 겨울용 음악으로 구분할 만하다. 실제 이들은 그룹 이름이 의미하듯이 전적으로 겨울의 이미지를 지향하는 음악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윈터 플레이는 트럼펫 연주자 이주한을 주축으로 최근 <사자후>라는 솔로 앨범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기타 연주자 최우준, 여성 보컬 문혜원, 베이스 연주자 소은규 등으로 이루어진 프로젝트 그룹이다. 사실 나는 이주한이 주축이 되었다고 했을 때 그의 지휘 아래 지난 가을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무대에 서기도 했던 그룹 소울 볼륨이 정작 앨범을 녹음하면서 이름을 바꾼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게 맞는 것이었다면 앨범의 사운드는 다소 전자적 색채가 강했어야 할 것이고 겨울 분위기를 위해서 클리세처럼 사용되고 있는 겨울 종소리가 여기저기 삽입이 되었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윈터플레이의 음악은 전자적 색채란 찾아볼 수 없을 뿐더러 겨울 종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니까 소울 볼륨과는 완전히 다른 이주한의 새로운 프로젝트 그룹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윈터플레이는 어떤 방식으로 겨울 음악을 만들었을까?
원터플레이가 생각하는 겨울 음악은 일반적 선입견을 뛰어 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겨울의 추위, 흰 눈을 생각하기 보다는 오히려 반대로 뜨거운 여름과 태양을 상상하는 것이랄까? 그래서 윈터플레이의 겨울 음악에는 추위에 대한 걱정이 발견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은 무엇보다 윈터플레이가 선택한 음악의 스타일을 통해 드러난다. 물론 재즈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그 외에 보사노바, 라틴 팝 등의 여름 음악용 성향이 너무나 강하게 섞여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기타와 간단한 타악기에 의해 만들어진 리듬을 보면 보사노바 등의 라틴 리듬이 주를 이룬다. 게다가 “Melon Man”, “Hot Sauce” 등의 곡은 제목부터 겨울보다는 여름을 생각하게 해준다. 여기에 파도 소리가 들리는 해변 카페에서 망고 주스를 마시며 들으면 좋을 법한 이탈리아산 라틴 팝의 고전“Quando Quando Quando”까지 듣게 되면 그룹 이름과 “Choco Snowball”이라는 앨범 타이틀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러니까 나른한 여름 날에 어울리는 앨범으로 그라모폰 1월호가 아닌 7월호에 소개해도 좋을 법한 음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단지 윈터플레이가 계절을 착각했다고 생각할 수 없다. 그보다는 이들이 의도한 겨울 음악은 차가운 겨울 그 자체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겨울의 추위를 이길 수 있는 음악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적합하리라 본다. 실제 차가운 겨울 날 뜨거운 태양과 바다를 연상시키는 이들의 음악을 듣다 보면 저절로 몸이 훈훈해 지는 것을 느끼게 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