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연주자 라이 쿠더의 귀에 발견되어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잊혀져가는 쿠바의 노장 연주자들에게 세상이 새로운 관심을 보이도록 했다. 그 결과 쿠바의 노장 연주자들이 뒤늦게 자신의 음악 열정을 불사를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었는데 라이 쿠더 본인 역시 이러한 자신의 작업에 큰 만족을 느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음악을 찾아 다녔다. 하지만 정작 그의 귀에 들어오는 음악은 바로 미국 LA에 위치한 멕시코계 미국인들의 거주지에서 전해오는 음악이었다.
하지만 현재 메이저리그 프로야구 LA 다저스의 스타디움이 세워진 지역의 오랜 이름인 Chavez Ravinez를 제목으로 한 이 앨범은 그 지역의 오래된 음악 문화를 완전 복원 형식으로 담아내려 하지 않았다. 대신 라이 쿠더 본인이 영감을 얻어 새로 작곡한 곡을 중심으로 앨범을 제작했다. 그것은 이제는 사라져 버린 지역에 대한 라이 쿠더 본인만의 방식에 의거한 헌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 지역의 음악이 하나의 정해진 양식으로 묶이기에 곤란한 변종의 형식을 띄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 앨범을 들어보면 하나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다양한 양식의 음악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포크, 롹, 아프로 쿠반 사운드, 최근의 R&B까지 다양한 음악 양식들이 등장하는데 이런 양식으로 라이 쿠더는 시대의 음악 문화를 넘어 그 시대를 지배했던 코드들을 자연스럽게 나열한다. 그 코드들이란 다름 아닌 U.F.O에 대한 관심, 냉전적 사고와 매카시즘으로 대표되는 적색 공포, 야구, 인종차별 등으로 모두 1950년대 이후 미국 사회의 인식의 기저를 지배했던 것들이다.
이렇게 직접 작곡하고 연주한 곡들로 구성되었기에 이번 앨범은 엄밀히 말한다면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는 라이 쿠더의 새로운 솔로 앨범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의 음악 작업들이 문화적 차원에서 이루어졌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번 앨범도 과거 미국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유도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