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필자는 테츠오 사쿠라이가 브라질을 테마로 한 앨범을 녹음했다고 했을 때 이 카시오페아 출신의 퓨전 베이스 연주자가 보사노바나 삼바 리듬을 가볍게 차용한 상업용 앨범을 기획했겠거니 짐작했었다.
그러나 실제 앨범은 이러한 필자의 그릇된 생각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뜻밖에도 테츠오 사쿠라이가 브라질 음악에 접근하는 방식이 매우 진지하고 음악적일 뿐더러 브라질에 대한 깊은 애정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반 린스, 로사 파소스, 쟈반 같은 현재 브라질을 대표하는 보컬과 음악인들이 대거 참여한 이 앨범은 모든 곡이 테츠오 사쿠라이가 작곡했음에도 어느 브라질 앨범보다 브라질의 정서를 잘 표현하고 있고 또 그 방식이 경박하지 않다. 앨범에 참여하고 있는 브라질 가수들은 모두 마치 그네들이 늘 불러왔었던 브라질 음악을 노래하는 듯 모든 면에 있어서 자연스러움을 보여준다. 특히 이반 린스와 쟈반의 정겨운 노래들은 앨범을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이끄는 것이었다.
그런데 뛰어난 보컬들 때문에 정작 앨범의 주인인 테츠오 사쿠라이의 존재감에 의문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자신의 베이스를 연주의 중앙에 위치시키기 보다 아예 앨범의 연주부분을 모두 혼자서 처리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즉, 두드러지기 보다는 음악 그 자체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보컬들의 부드러운 흐름에 대위적으로 드러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다양한 그의 베이스 연주들은 전체 사운드에 친화적인 동시에 자연스럽게 부각된다. 그 결과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뿐만 아니라 묵직한 감상의 기쁨을 주는 브라질 음악 앨범이 만들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