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프랑스의 음악을 생각하게 되면 부드럽게 바람을 가르는 아코데온 연주와 약간 비음이 섞인 듯한 보컬의 달콤함, 그리고 푸른 잎사귀라도 낙엽이 되어 떨어질 것만 같은 우수 가득한 멜로디를 떠올리곤 한다. 사실 이러한 프랑스 음악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오래된 것으로 현재의 프랑스 음악은 언어의 측면 외에 일반 영미 팝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한국도 그렇지만.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낭만적 프랑스 음악의 전통은 몇몇 음유 시인들을 통해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러한 인물 중 하나로 제라르 피에롱을 생각할 수 있다. 그의 음악과 노래들은 시적인 텍스트와 서정적 이미지로 충만한 음악을 들려주었던 조르쥬 브라상스, 레오 페레 등 프랑스 음유시인의 전통을 계승한다. 특히 그는 폴 발레리, 앙리 바타이유, 제라르 드 네르발 등의 시에 멜로디를 붙여 노래했었을 정도로 텍스트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번에 국내에 소개되는 앨범에서도 그는 텍스트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감상의 짧은 기록을 의미하는 앨범 타이틀처럼 자신의 텍스트를 중심으로 앨범을 꾸몄다. 실제 앨범 내지를 살펴보면 그가 직접 육필로 빼곡하게 작성한 창작 노트가 실려 있는데 국내에서는 소수의 감상자들만 이해할 수 있겠지만 조금은 빛이 바랜 듯한 그의 글들을 보는 것만으로 음악이 지닌 복고적 감수성을 실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개인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 가사를 꾸며나가는 음악은 영미 팝 화된 지금의 바리에테 프랑세즈가 아닌 샹송이 샹송 그 자체였을 당시에 충실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래서 제라르 피에롱의 마치 읊조리는 듯한 창법에 의해 드러나는 멜로디는 매우 사색적이고 악기들의 연주는 연극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실 프랑스에서 이런 스타일의 음악은 우리가 트로트 음악을 대하듯 40대 이상의 감상자 층에서 더 많은 호응을 얻을지 모른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막연한 프랑스에 대한 이미지 속에 색다른 낭만을 찾는 감상자라면 나이를 불문하고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