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리크 이오나토스는 그리스 출신의 여가수로 30년 이상 그리스의 여러 좋은 시에 음악을 붙여 노래를 해왔다. 그러나 이번 앨범은 의외로 그리스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어릴 적부터 스페인어와 그 문화에 관심이 많았기에 본인에게는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고 밝히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리스 여가수가 스페인어로 노래한 앨범을 프랑스에서 제작했다는 사실은 매우 특이한 일이다.
하지만 이오나토스가 이 앨범에서 스페인어로 노래하게 된 것은 단순히 그녀의 스페인에 대한 열정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 앨범이 그녀에게 스페인어로 노래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의 가사는 다름아닌 멕시코의 현대 화가로 극적인 삶을 살았던 프리다 칼로의 일기에서 발췌된 것이다. 프리다 칼로가 누구였던가? 이미 얼마 전 그녀의 삶을 소재로 한 <프리다>라는 영화가 소개되기도 했었지만 프리다 칼로는 불의의 교통 사고로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 이후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모델로 뛰어난 그림들을 그렸으며 역시 벽화 화가로 이름을 알렸던 남편 디에고 리베라와의 사랑 이야기 또한 세인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러한 비극적이면서도 주목 받았던 프리다 칼로의 삶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일기를 가사로 사용하고 있기에-크리스틴 페라리오스의 정리가 있었다- 이오나토스의 노래들은 그림만큼이나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성격을 띈다. 슬픔과 애상, 운명적 사랑의 정서를 한 단계 정화시켜 시적으로 우아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그렇기에 첫 번째보다는 두 번째 감상이, 두 번째보다는 세 번째 감상이 더 많은 울림을 남긴다. 앨범의 모든 곡들을 작곡한 크리스티앙 브아셀의 피아노가 리드하는 사색적인 반주 역시 차가움과 뜨거움을 동시에 표현하면서 이오나토스의 목소리에 깃든 시성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앨범에 대한 전체적 인상을 특정 전통이나 대중의 기호에 집착하지 않는, 회화적이고 시적인 예술적 정취를 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