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카는 클래식 콘트라 베이스 연주자로 잘 알려져 있다. 깊은 울림을 만들어 내는 베이스의 저음이 돋보이는 연주로 그는 지금까지 많은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주었다. 이러한 그가 재즈 베이스의 대표적인 인물인 레이 브라운을 추억한다. 매우 흥미로운 시도라 할 수 있는데 특히 같은 베이스라지만 아르코 주법과 피치카토 주법으로 명확히 구분되는 클래식과 재즈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예의 감동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가 이 앨범을 감상하는데 가장 큰 관심사로 작용한다. 그러나 게리 카의 해답은 간단했다. 그것은 스스로 레이 브라운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본 모습으로 마치 레이 브라운과 대화를 하듯 연주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녹음을 위한 편성에는 피치카토 주법을 구사하는 알렉스 올손이라는 베이스 연주자가 한 명 더 추가되었다. 그리고 게리 카는 우아하고 부드러운 음색의 아르코 주법으로 즉흥 연주를 억제하며 최대한 테마의 연주에서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재즈의 스탠더드들을 연주하고 있다. 즉, 재즈를 연주하지만 게리 카는 클래식 연주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즈 베이스의 거장을 추모하고 있지만 정서적인 면에 있어서는 레이 브라운과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 수록 곡들에 담긴 낭만적이고 긍정적인 정서는 분명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레이 브라운을 강하게 떠올리게 만든다. 그래서 정말 레이 브라운 생전에 두 연주자가 함께 했었다면……하는 아쉬운 가정을 하게 된다.
Brown Soft Shoe – Gary Karr (King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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