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 연주자 서영도를 음악적으로 정의할 때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퓨전 재즈 안에 위치시키곤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재 퓨전 재즈의 이미지, 그러니까 재즈와 록을 결합하여 새롭고 실험적인 질감의 사운드를 내고자 했던 초기의 다양한 시도와 달리 도시적이고 감각적인 분위기의 전지 혹은 전자적 재즈로서의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퓨전 재즈 안에 서영도를 위치시키는 것은 그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실제 그의 음악을 듣지 않고 이력만으로 그의 음악을 상상하는 사람들은 그가 다양한 가요 앨범 세션을 했다는 것에서 가벼운 분위기 중심의 사운드를 추구하는 일렉트릭 베이스 연주자로 예단하곤 한다.
하지만 서영도의 음악은 이러한 선입견을 무참히 깨버린다. 이것은 지난 2006년에 발매되었던 첫 앨범 <Circle>에서 이미 경험할 수 있었다. 베이스-기타-드럼이 기본이 되었던 이 트리오 앨범에서 그의 음악적 진중함을 드러내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첫 앨범을 한국의 재즈 상황에서는 상당히 독특한 퓨전 재즈 앨범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첫 앨범 이후 2년 만에 발매되는 이번 새 앨범은 첫 앨범보다 더 과감하고 자유스러운, 그래서 더 놀라운 음악을 들려준다. 그런데 그 사운드가 70년대 마일스 데이비스의 퓨전 재즈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 특히“Miles’ Corner”같은 곡은 그 제목에서부터 마일스 데이비스의 70년대 명작 <On The Corner>를 상기시키며 마일스 데이비스의 퓨전 시대가 이 앨범에 영감을 주었음을 밝힌다. 또한 피아노, 키보드, 세 대의 기타 등을 참여시켜 하나의 거대한 소리의 풍경을 만들어 낸 “Blackout”과 “Sonicedge(Bridge)”등에서도 마일스 데이비스를 환기시킨다.
하지만 그렇다고 서영도가 이 앨범을 통해 70년대 퓨전 재즈를 재현하려 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단지 그는 70년대 마일스 데이비스의 창조적 방법론을 자신의 음악에 새롭게 투영했을 뿐이다. 실제 앨범을 듣다 보면 70년대 마일스 데이비스 보다는 2008년 서영도의 우주적 상상력을 더 많이 확인하게 된다. 특히 마일스 데이비스가 록이라는 재즈 외적인 요소를 통해 변화를 보여주려 했다면 서영도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퓨전 재즈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파고들어 그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그가 생각하는 재즈의 현재를 표현하려 했기에 이 앨범을 70년대가 아닌 현재의 시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이 앨범은 2008년 한국 재즈의 새로운 성과로 기록될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