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재즈 연주자들의 앨범이 유달리 많이 소개가 되는 것 같다. 그만큼 재즈의 소화뿐만 아니라 새로운 제작이 일본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한국의 상황과 비교할 때 매우 부러운 일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질적 다양성이다. 이 일본 재즈 앨범들은 복고적인 성향부터 가장 첨단의 진보적인 성향의 연주까지 너무나 다양한 스타일의 재즈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 연주의 수준 또한 매우 높다. 하지만 일본 재즈에도 한계가 있다면 그것은 일본인 스스로가 아닌 세계가 인정한 연주자들의 수는 아직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1979년생의 일본인 피아노 연주자 히로미 우에하라의 존재는 특별하다. 이 여성 피아노 연주자는 현대 재즈의 최고 레이블 중 하나인 텔락 사에서 앨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만큼 그녀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리라. 실제 지난 해 발매되었던 그녀의 첫 번째 <Another Mind>는 상당히 호의적인 평가와 대중적 호응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그녀의 성공은 이번에 국내에 소개되는 두 번째 앨범 <Brain>에서도 그대로 감지된다.
베이스의 토니 그레이 (몇 곡에서는 앤서니 잭슨이 담당한다.) 드럼의 마틴 발리호라와 트리오를 구성하여 녹음한 이 앨범에서 그녀는 자유로운 호흡으로 하고픈 자신의 상상력을 유감없이 현실화시켜 나가고 있다. 그런데 그 상상력의 진행이 매우 감각적이다. 여러 개의 주제를 분산시켜 놓고 이를 자유로운 즉흥 연주로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하나의 이야기를 축조해 나가는 진행인데 그 결과 만들어진 음악들은 매우 극적이고 시각적이다. 이렇게 히로미가 만들어 내는 음악은 분명 전통적인 피아노 트리오의 양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굳이 그 전형을 찾는다면 70년대 칙 코리아의 리턴 투 포에버 시절의 모습과 연관 지을 수 있겠다. 그러나 히로미의 상상력은 단지 재즈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최근에 등장하는 젊은 연주자들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히로미의 음악에는 재즈 외에도 클래식, 펑키나 소울 사운드, 록 등 다양한 스타일이 기저에 자리잡고 있다.
한편 이 앨범에서 드러나고 있는 히로미의 피아노 연주 또한 매우 대단하다. 이미 언급한 칙 코리아 외에 오스카 피터슨의 멜로디에 대한 센스와 경쾌한 리듬감, 맥코이 타이너의 강한 힘과 도전 적인 코드 진행 등이 그녀 안에서 하나가 되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섬세함이 느껴지는 서정적 연주부터 돌변하여 저돌적으로 상승해 나가는 대범함, 그리고 극적인 성격을 부여하는 절묘한 강약의 조절, 다양한 리듬에의 순응 등 탁월한 기교적 측면은 그녀가 20대 중반의 여성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이러한 히로미의 연주를 뒷받침하는 두 연주자들의 연주 역시 다양한 변화에 익숙한 기교적인 훌륭함을 들려주고 있는데 그 중 토니 그레이의 베이스 연주는 거침없는 히로미의 연주에 안정성을 부여하는 가장 큰 힘으로 드러나고 있다.
아직 두 장밖에 앨범을 녹음하지 않은 신인이기에 히로미의 미래에 대해서 예단하는 것은 무모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싱싱한 활력으로 가득한 그녀의 음악이 더 발전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리고 분명 히로미의 음악은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 볼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