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 파커의 이번 새 앨범은 그 표지부터 지난 해 발매되었던 로스코 미첼의 <Composition/Improvisation Nos. 1,2 & 3>을 연상시킨다. 실제 이 앨범은 로스코 미첼의 앨범과 함께 녹음된 것으로 역시 에반 파커와 로스코 미첼이 이끌고 있는 트랜스아틀란틱 아트 앙상블이 연주에 참여했다. 음악적 내용도 로스코 미첼의 앨범과 유사하다. 즉, 진보적이긴 하지만 미리 준비된 작곡을 강조하고 그 안에 자유 즉흥의 부분을 적절히 허용한 곡들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다양한 악기들의 개성 강한 소리들이 교차하며 각 곡마다 독특한 음악 이미지를 드러낸다. 그리고 진보적 즉흥이 자주 등장하지만 작곡의 틀 안에 적절히 안배되어 있어 전체적으로 혼돈의 느낌을 주지도 않는다. 사실 이것은 그 동안 에반 파커가 폭발적인 자유 즉흥 연주에 주력해 왔음을 생각하면 상당히 특별한 일이다. 그리고 이 정도의 순수한 음악적 감흥을 연출할 수 있다면 앞으로도 작곡을 중심으로 즉흥을 지휘하는 형식의 음악을 더 시도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을 갖게 만든다.
Boustrophedon – Evan Parker (ECM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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