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노바 리듬은 신비롭다. 이 리듬은 여름에 들으면 시원하고 겨울에 들으면 따스하다. 그리고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리듬 자체의 강력한 특성으로 인해 연주자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다른 어느 리듬보다 더 큰 노력을 해야 한다. 프랑스의 여가수 마리 엘의 이번 앨범은 개성의 측면에서 본다면 강렬하지는 않지만 은근한 여운을 남기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그것은 이미 지난 해 우리를 감동시켰던 프랑스의 코미디언 가수 엘리 세문의 <Chansons>앨범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마리 엘의 달콤한 목소리로 발성되는 프랑스어의 부드럽고 은밀한 어감이 보사노바 리듬과 화학 작용을 일으키며 만들어낸 결과다. 실제 “리오에 비가 내리면 슬픔은 하나의 선물과도 같다.”고 노래하는 첫 곡 “Il Pleut Sur Rio”처럼 앨범은 밝고 화사한 브라질 특유의 기후를 지닌 여타 보사노바 앨범과는 다른, 마치 비가 내린 이후의 흐릿한 하늘과 촉촉한 공기와도 같은 정서를 들려준다. 그리고 음악 형식에 있어서도 정통 보사노바라 하기 이전에 보사노바를 받아들인 프렌치 팝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편이 더 정확한 것이라 생각된다. 부드러운 기타 사이를 간간히 오가는 브라스 연주만 해도 그러하다. 이 브라스의 질감과 진행은 브라질 음악의 화사함 보다는 프렌치 팝의 따스한 낭만성을 더 많이 반영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마리 엘의 이번 앨범은 많은 보사노바 애호가들의 새로운 관심을 끌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