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ends – David Liebman & Marc Copland (Hat Hut 2002)

데이브 리브만은 보통 존 콜트레인의 후반기 연주를 확장시키고 한 단계 발전시킨 연주자로서 인정 받고 있다. 실제 그의 연주는 존 콜트레인이 보여주었었던 몰아의 경지에 도달한 열정과 명상적 관조가 느껴지곤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 곳에만 머무르지 않고 프리 재즈와 퓨전 재즈까지 아우르는 전방위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마크 코플랜드는 원래 전통적인 밥 스타일의 색소폰 연주자였다가 (어떤 이유였는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음악적 개안을 경험하고 피아노로 전향한 뒤 지금까지 시적이고 깊은 공간미가 드러나는 피아니즘을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각자의 악기를 통해 음악적 구도의 길을 걷고 있는 두 연주자가 서로를 발견하고 함께 연주하기를 마음먹은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이번에 국내에 소개되는 <Bookends>는 이들의 두 번째 공동 작품이자 첫 번째 듀오 앨범이다. 그리고 이번 앨범은 2001년도에 녹음한-정확히는 이번 앨범을 녹음하기 5개월 전에 녹음했었던 퀄텟 앨범 <Lunar>(Hat Hut 2002)에서 들려주었던 듀오 연주의 본격적인 확장에 해당한다. 이번 앨범은 더블 앨범으로 스튜디오 녹음 한 장과 같은 날 가졌던 라이브 녹음 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 두 녹음은 전반적인 흐름은 같지만 그 느낌에 있어서는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우선 스튜디오 녹음은 두 연주자가 음악적 이상에서는 서로 통하지만 연주 방식에서는 각기 다른 색을 지니고 있음을 강하게 드러낸다. 이것은 앨범에 수록된 각자의 솔로 곡을 들어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Lester Leaps In”에서의 데이브 리브만은 테마에서 새로운 차원의 도약을 시도하는 연주를 들려주는 반면 “When Your’re Smiling”에서 마크 코플랜드는 그만의 개방적인 보이싱으로 곡을 새로운 구조 안에 위치시켜 나가는 연주를 들려준다. 그래서 이 두 연주자의 듀오 연주는 강한 콘트라스트가 특징이다. 그리고 이 콘트라스트는 오히려 두 연주자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음악의 시적인 인상을 보다 명확하게 드러낸다. 그 대표격에 해당하는 연주가 바로 “In Your Own Sweet Way”다.

한편 라이브 녹음은 두 연주자를 둘러싼 관객 앞에서 동료의식을 강하게 느꼈던 것일까? 두 연주자는 스튜디오 녹음에 비해 보다 더 확고한 음악적 공감을 바탕으로 두 연주자는 각자의 연주에서 얻은 순간적 감흥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성적으로 치환하고 있다. 특히 “Maiden Voyage”, “Impressions”, “Blue In Green”같은 고전들의 연주에서 발견되는 긴밀한 상호 이해가 수반된 연주는 침묵과 긴장이 느껴지면서도 그저 아름답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순수한 인상주의적인 풍경을 상상하게 만든다.

두 연주자의 만남은 분명 음악적으로 탁월한 결정이었다. 왜냐하면 이러한 탐미적 순간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에게는 모처럼만의 감동적인 앨범이었다.

2 COMMENTS

  1. 지금은 없어졌지만 홍대앞 재즈 음반전문점 애프터아워즈에 들릴때면 나만의 오아시스에 온듯해서 마음이 평온해지곤 했었는데요.. 언젠가 hathut음반들이 랙에 가득 진열이 되었었습니다. 그때만해도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반을 더 추가하거나 미처 갖추지 못한 하드밥의 고전들을 채워넣느라 이 낯선 레이블의 음악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흑백사진에 오렌지 폰트의 강렬함만은 오래 남아있었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유튜브에서 데이브 리브맨과 마크 코플랜드의 신선하고 우아한 이중주..메이든 보이지로 기억합니다만..를 듣고 이 음반을 구하고자 했을때는 이미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고, 간혹 이베이에 출몰하는 것을 고민하다가 여지껏 시간이 지나버렸네요. 낯선청춘님의 페이지에서 이 음반을 다시 만나니 뭔가 인연이 있는 것 같고^^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언젠가 제 스피커 앞에서 이 듀엣과 서로 마주앉기를 소망하며 리뷰 감사히 읽었습니다.

    • 아하 Hat Hut 레이블의 존재를 제가 아마도 거의 처음 알리지 않았나 싶네요. 그래서 한 음반사를 통해 몇 차례 소량으로 앨범이 들어온 적 있습니다. 주로 아방가르드 재즈 앨범들이었지만 그 가운데 마크 코플랜드나, 말 왈드론의 앨범 등음 그와는 다른 아름다움을 지녀서 관심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는 소규모 레이블들의 앨범들이 참 수입이 잘 되었었는데 CD 시장의 몰락과 직구매의 활성화로 이제는 어려운 면이 많네요. 애프터아워즈도 같은 맥락에서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지 않았나 싶구요. 그것이 아쉽습니다.

댓글

데이브 리브만은 보통 존 콜트레인의 후반기 연주를 확장시키고 한 단계 발전시킨 연주자로서 인정 받고 있다. 실제 그의 연주는 존 콜트레인이 보여주었었던 몰아의 경지에 도달한 열정과 명상적 관조가 느껴지곤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 곳에만 머무르지 않고 프리 재즈와 퓨전 재즈까지 아우르는 전방위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다....Bookends - David Liebman & Marc Copland (Hat Hut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