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을 들으면서 나는 나이젤 케네디가 1984년 녹음했던 <Plays Jazz> 앨범을 들었을 때가 생각났다. 이 때는 그가 파격적인 클래식 바이올린 연주자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던 무렵이었다. 그래서일까? 그의 재즈 연주는 자신의 바이올린 연주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으로 인해 화려할지언정 그다지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20년이 훨씬 지난 이후 다시 재즈를 연주한 이번 앨범은 좀 다르다. 지난 세월 동안 삶의 지혜를 깨달았기 때문일까? 자신만을 생각하려는 연주, 대가적인 기교를 보여주려는 과도한 의욕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함께 한 연주자들과 함께 기려는 여유가 가득하다. 말 그대로 공식적인 클래식 연주 활동에서 벗어나 어린 시절 즐겨 들었던 재즈곡들을 직접 여흥 삼아 연주하는 애프터 아워즈 세션의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앨범은 나이젤 케네디 혼자보다는 함께 한 잭 드조넷, 론 카터, 조 로바노, 케니 워너 등의 재즈 연주자들의 존재감이 강하게 드러난다. 아무리 자신이 음악적으로 개방되었다 하더라도 본인은 이들과 다른 클래식 연주자임을 인정하듯 한 수 배우는 듯한 자세로 편안하게 연주한다. 그래서 사운드는 전체적으로 60년대 하드 밥-소울 재즈의 영역에 머무르면서도 다양한 음악 풍경을 제시한다. 아마 같은 조건 하에서 재즈 쪽 연주자가 연주했다면 얻기 힘들었을 객관적 결과물이 아닌가 싶다.
Blue Note Sessions – Nigel Kennedy (Blue Note 2006)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