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w Up – Richard Galliano, Michel Portal (Dreyfus 1998)

rg3박자의 발스 뮤제트(Valse Musette)에만 사용되던 프랑스 아코데온의 전통을 뉴 뮤제트라는 새로운 생각으로 인기 악기로 만든 리차드 갈리아노와 클래식과 즉흥음악분야에서 널리 인정받고 있는 미셀 포르탈이 만났다. 이 두 연주자는 현재 프랑스의 재즈를 대표하는 중견 연주자에 속한다. 그래서 이 앨범을 통해서 프랑스 재즈의 단면을 발견하려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음악을 수용하고 보호하는 입장이었지 창조적인 면에서는 조금은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클래식을 보더라도 인상주의에 이르러서야 많은 프랑스 작곡가들을 배출할 수 있었다. 이런 전통은 재즈에도 마찬가지여서 프랑스는 미국의 재즈를 유럽에 소개하는 역할을 했고 지금은 단순히 프랑스 음악 외에 세계 각국의 음악 스타일에 열린 자세를 취하고 있다. 가장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공존할 수 있는 국가가 프랑스가 아닐까 여겨진다. 그래서 아코데온이 프랑스 음악의 전통 속에 녹아 들 수 있었고 또 아르헨티나의 탱고가 자연스레 재즈와 융합될 수 있었다.

이 앨범이 전체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기조는 탕고다. 탕고를 기조로 그 위에 두 연주자의 색이 입혀지고 있다. 리차드 갈리아노는 원래 탕고의 전통을 자신의 음악 속에 포함시켜 왔지만 미셀 포르탈이 여기에 동참하고 있음은 약간 의외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그의 이력으로 볼 때 그는 말랑말랑한 음악보다는 전위적이고 즉흥적인 음악의 최첨단에 서는 음악인의 이미지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부드러움을 위해서는 그는 차라리 클래식 연주자들과 모차르트를 연주하곤 했다.

전후 사정이 어떻건 이 앨범에 담겨 있는 음악들은 무척이나 훌륭하다. 두 연주자의 개성이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 드는 것을 발견한다.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두 곡을 수록함으로서 탕고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더라도 그 위에 펼쳐지는 분위기는 아르헨티나를 벗어난다. 아프리카의 훈훈한 바람을 연상시키는 첫 곡 ‘Mozambique’ 같은 곡이 그 예이다. 아코디언이 새로운 기후를 연출할 수 있음을 느끼게 하는 곡이다. 여기에 폴 데스몬드를 연상하게 하는 ‘Ten Years Ago’같은 곡들이 앨범의 분위기를 다양하게 한다. 그리고 전 곡의 멜로디와 강약과 빠름과 느림이 교차되는 편곡이 무척이나 낭만적이다.

수록곡 중 리차드 갈리아노의 곡들은 이미 그가 다른 앨범을 통해서 제시했었기에 신선함이 덜하지만 미셀 포르탈의 곡과 연주는 무척이나 신선하다. 그의 연주는 어떠한 스타일, 분위기라도 자신의 성격을 음악에 부가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신의 본래 스타일이 드러나는 ‘Blow Up’이 리차드 갈리아노와 융합되는 것도 훌륭하고 피아졸라의 스타일을 그대로 적용한 ‘Little Tango’의 단순하면서 아름다운 멜로디 또한 인상적이다. 특히 미셀 포르탈은 자신의 주악기인 클라리넷과 색소폰 외에 반도네온 실력을 유감없이 들려준다. 앙리 텍시에의 음악에 초빙되어 한 두 곡 연주하기는 했지만 반도네온 실력을 유감없이 펼친 것은 아마 이 앨범이 아닐까 한다. 개인적으로 지난 해 여름에 이 두 연주자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의자에 앉아 무릎에 반도네온을 올려놓고 반도네온을 두드리는 등 자유자재로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단순히 반도네온이 부수적인 악기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파리의 대형 스튜디오의 하나인 다부에서 관객을 불러놓고 녹음된 이 앨범은 조금은 가볍게 느껴지는 잔향과 그로 인해 저음역이 좀 부족하게 표현된 느낌이 들곤 하지만 그래도 아주 깨끗하게 녹음되고 마스터링되었다. 채널을 나누어 사용하는 두 연주자의 미세한 표현들이 잘 살아나 있다.  그냥 분위기 좋은 유럽풍의 멜로디를 원하는 사람들이나 잘된 개인의 연주와 인터 플레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나 이 앨범은 환영받을 수 있다.

2 COMMENTS

  1. ‘널리 인정받는데도’ 불구하고 저로서는 처음 접하는 뮤지션입니다만(뭐..사실 여기에서 처음 접하는 뮤지션이 한두명은 아니지만..ㅋ), Blow Up을 들어보니 오~! 간만에 짧은 감탄이 나오네요.

    비가와서인지, 리차드 갈리아노는 연주가 아..너무 좋습니다.

    • 처음 접할 수 있죠. 앞으로 그의 매력을 발견할 시간이 많이 남았겠습니다. ㅎ 낭만과 우수가 어우러진 연주가 참 좋죠. 그 가운데 이 앨범이 아직까지 제겐 최고입니다. ㅎ

댓글

3박자의 발스 뮤제트(Valse Musette)에만 사용되던 프랑스 아코데온의 전통을 뉴 뮤제트라는 새로운 생각으로 인기 악기로 만든 리차드 갈리아노와 클래식과 즉흥음악분야에서 널리 인정받고 있는 미셀 포르탈이 만났다. 이 두 연주자는 현재 프랑스의 재즈를 대표하는 중견 연주자에 속한다. 그래서 이 앨범을 통해서 프랑스 재즈의 단면을 발견하려는 사람들이...Blow Up - Richard Galliano, Michel Portal (Dreyfus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