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만큼이나 비평과 감상간의 거리가 큰 앨범은 없을 것이다. 여러 기회를 통해 이 앨범이 명반이라는 언급이 있어왔지만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속칭 속았다! 시리즈의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나 역시 이 앨범을 처음에 접했을 당시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것도 2장으로 되어 있으니 그 낭패감은 매우 컸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이 앨범을 접하는 감상자의 인식 오류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즉, 퓨전재즈의 효시라는 수식어구가 이 앨범을 말할 때 늘 수반되기에 최근 유행하는 퓨전재즈라는 것을 선호하는 감상자들이 퓨전재즈라는 장안에서 이 앨범을 인식하려고 할 때 이런 괴리가 생기는 것이다. 아무리 퓨전재즈의 스펙트럼을 넓게 잡아도 달콤하고 부드러운-그래서 스무드 재즈라는 기능성 강한 이름으로 다시 묶였지만 아무튼-오늘의 퓨전재즈의 전형과 비교할 때 이 앨범을 퓨전재즈로 인식하기에는 매우 어렵다. 그러므로 속칭 속았다!를 연발하는 경우 음악적 내용이 부실하다라는 것이 아니라 퓨전재즈가 아니다라는 것으로서의 의미가 더 강하다.
그런데 이것 또한 오해라고 볼 수 있는 것이 이 앨범만큼이나 퓨전적 성질이 강한 앨범이 없기 때문이다. 이 앨범에 즈음해 나타난 퓨전의 개념은 말 그대로 장르의 혼용이었다. 그러나 이후 ‘퓨전’이라는 용어가 지칭하는 1차적인 의미는 사라지고 어떤 특정 분위기를 지칭하는 쪽으로 의미가 전이되었을 뿐이다. 여기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앨범에서 가장 큰 퓨전의 소재는 롹일 것이다. 이 앨범이 녹음될 당시 롹 음악은 지미 헨드릭스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이자 현재 전설이라는 명칭을 주는 중요한 하드롹 그룹들이 결성되며 롹의 르네상스를 예고하고 있었다. 이런 배경에서 마일스 데이비스는 지미 헨드릭스의 전기기타 연주를 들으며 그 표현력에 매혹되어 있던 차였다. 바로 그런 영향하에 그리고 다른 또 하나의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현대의 ‘퓨전’적 입장에서 바라보고 평가하는데 치중한 나머지 이 앨범이 지니고 있는 또 다른 절반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즉, 이 앨범이 롹을 재즈에 도입을 했다면 그 도입을 한 재즈의 스타일은 밥이나 쿨이 아니라 프리재즈적인 면이었음을 간과했다.
결국 이 앨범에는 3가지 스타일이 섞여(퓨전)있다. 마일스 특유의 모달재즈적 특성, 프리재즈의 집단 연주, 전기기타 위주의 롹풍의 사운드가 어느 하나가 다른 둘을 지배함이 없이 등가적인 관계로 섞여 자신들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것은 이 앨범을 당시의 음악적 장속에 놓고 보게 되면 이해가 쉽게 된다. 앨범이 녹음되던 69년은 지미 헨드릭스의 불꽃과 함께 롹의 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리는 해였다. 그리고 재즈는 프리재즈의 영향아래 있었다. 그런데 사실 마일스 데이비스는 프리 재즈에 그다지 호의적인 면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프리재즈가 여기저기서 들릴 때에도 그는 여기에 무작정 경도되는 것을 회피했다. 그럼에도 그 시대는 물론 다가올 시대의 정신을 잘 감지하였던 그였기에 프리재즈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사운드와 융합(fusion)을 했던 것이다.
한편 당대 음악의 종합이면서도 이 앨범은 당시의 재즈와의 단절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전에도 마일스 데이비스가 재즈사에서 다양한 흐름들을 만들고 주도했지만 이 앨범을 통한 단절은 이전의 방식과 자못 다른 양상을 보인다. 왜냐하면 이번의 단절은 음악이론에서 출발한다기 보다는 사운드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로서는 공격적인 거친 사운드에서 단절의 시작이 보인다. 그럼에도 그 표현에 있어서는 단순히 공격적인 면을 강조하지 않는다. 최면을 유도하듯 몽환적인 분위기로 그 거침을 감싼다. 게다가 마일스 데이비스가 다른 연주자들에게 상당한 배려를 하고 있음도 발견된다. 그래서 그는 리더를 넘어 지휘자의 선으로 올라서는 면을 보여 주고 있다. (이것은 당시까지 공공연히 정해진 악기간의 우열을 전복하는 의미도 있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을 몇 년 뒤 다시 들었을 때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앨범 속에 담겨진 아름다움이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처음 들으면 어라?하지만 나중에 들으면 아!하는 앨범이 바로 이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