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에반스가 영향을 준 연주자들은 상당히 많다. 분명 버드 파웰, 레니 트리스타노, 텔로니어스 몽크 같은 피아노 주자의 영향도 역사적으로 본다면 매우 크지만 연주자 개인의 피아니즘의 형성에 영향을 준 연주자로서는 빌 에반스가 더 많이 언급된다.
래리 슈나이더와 앤디 라베른 역시 직간접적으로 빌 에반스에게 영향을 받은 연주자들이다. 그 영향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이 앨범이다. 그런데 이 두 연주자는 단순히 빌 에반스의 스타일을 답습하지 않는다. 이들이 연주하는 곡들은 생전에 빌 에반스가 즐겨 연주했거나 직접 작곡한 것들이다. 그 속에서 빌 에반스의 향기가 느껴지기는 하지만-특히 앤디 라베른의 피아노가 주는 감정적 느낌이나 터치에서 잘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의도적 드러냄이 아니라 저절로 연주자 개인에게 육화된 빌 에반스의 흔적일 뿐이다.
이들이 표현하고 있는 빌 에반스의 모습은 섬세한 감성을 차분히 표현했던 발라드에 주력하고 있다. 래리 슈나이더의 멜로디를 최대한 살리는 색소폰과 그만의 긴장을 섞어가면서 정제되고 매끄러운 피아니즘에 의해 만들어지는 발라드들은 빌 에반스와의 관련을 바라보지 않더라도 상당한 쾌감을 불러 일으킨다. 한편 소박한 음향 공간을 상정하고 있는데 이들 듀오에게 매우 어울리는 것이다. 그래서 듀오가 만들어 내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분위기가 감상자에게 과도한 감정의 과잉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빌 에반스의 서정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