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l Evans Composition Vol. 1 & 2 – Stefano Battaglia (Splasc(h) 2006)

많은 이탈리아 피아노 연주자 가운데 스테파노 바타글리아는 탁월한 개성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덜 조명을 받는 듯하다. 하지만 이 앨범을 듣는다면 단연코 그를 이탈리아 최고의 피아노 연주자로 인정하게 될 것이다. 이 앨범은 1992년 12월 이틀에 걸쳐서 녹음되어 각각 분리되어 발매되었다가 2006년에 합본되어 발매된 것으로 빌 에반스의 작곡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이 곡들을 스테파노 바타글리아는 겉으로는 전통적인 비밥 트리오의 양식을 그대로 따르는 듯하면서도 안으로는 진보적인 그의 성향을 투영하여 연주를 펼친다. 그래서 그의 연주에는 투명한 서정과 함께 내적인 역동성과 현대적 긴장이 느껴진다. 여기에는 부드러운 진행에서도 나태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베이스와 드럼의 부단한 자기표현의 힘이 크다. 따라서 이 앨범은 흔히 말하는 트리뷰트 앨범 이전에 빌 에반스와 그의 트리오의 음악을 새롭게 개인화시킨 앨범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점이 지금까지 제작된 빌 에반스를 주제로 한 수 많은 앨범 가운데 이 앨범을 빛나게 한다. 정말 이탈리아에만 두기에는 아까운 숨겨진 보석 같은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