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출신의 노장 베보 발데스는 나이가 들수록 음악적 열정이 강해지는 것 같다. 특히 최근 그의 앨범 활동은 다른 젊은 연주자들만큼이나 다양하고 활발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스페인 플라멩코 가수인 엘 시갈라와 녹음했던 <Lagrimas Negras>, 브라질 바이아 지역의 방문 기록이었던 <The Miracle Of Candeal> 등의 최근 앨범들은 단순히 쿠반 사운드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스타일에 보다 유연한 거장만의 풍모를 보여주었다. 여기에 두 장의 CD와 한 장의 보너스 인터뷰 DVD로 구성된 최신 앨범 <Bebo De Cuba>는 최근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그의 음반 가운데 규모와 음악적 내용 가운데서 가장 야심 찬 기획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두 장의 시디는 각각 독립된 앨범이라 해도 좋다. “Suite Cubana”와 “El Solar De Bebo”로 각각 나뉘어 독립된 주제로 음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물론 쿠바 음악이라는 공통된 화두로 앨범 전체의 유기적인 측면은 유지되고 있다. 그 중 “쿠바 조곡”은 1992년부터 1997년 사이 베보 발데스와 그의 가족이 스웨덴의 스톡홀름에 머물렀을 무렵 작곡된 것이다. 각 수록 곡들은 개별적 독립성을 지닌 동시에 쿠바 조곡을 이루는 하나의 연속적인 의미로 묶였다. 이 곡들은 모두 빅 밴드 형식으로 연주되고 있는데1940년대부터 1960년대에 이르는, 그러니까 쿠바 음악이 보다 독립적인 색채를 유지하고 있었을 당시의 화려하면서도 낙관적이며 축제적인 정서를 그대로 표출하고 있다.
한편 “베보의 태양”은 보다 작은 규모로 잼 세션 형식으로 뉴욕에서 녹음되었다. 앨범 해설에 따르면 이전까지 베보 발데스는 세션에 참여한 연주자들-파키토 드 리베라, 데에고 우르콜라 등-과 전혀 연주를 함께 했던 적이 없다고 하는데 피아노 연주자로서 밴드의 리더로서 완벽하게 연주자들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이 시디는 그의 아내와 딸들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그래서 아내 로즈 마리와 두 딸 마이라와 미리암을 제목으로 하고 있는 세 곡의 발라드가 가장 아름답게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