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 히긴즈 트리오는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연주를 좋아하는 재즈 애호가들에게는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다. 사실 이제는 너무 유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매번 발매되는 에디 히긴즈 트리오의 연주는 익숙하지만 그 익숙함이 감상의 욕구를 유발한다. 사실 에디 히긴즈 트리오 같은 경우의 앨범들은 어떤 변화보다는 지속에 관한 연주에 더 가깝다. 즉, 앨범 수록 곡들은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늘 같은, 적어도 유사한 음악적 내용의 수평적인 나열, 등가항의 제시의 차원에서 하나로 모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주 세세한 차이를 무시한다면 에디 히긴즈 트리오의 연주는 각 앨범의 수록 곡들을 교환한다고 해도 그다지 어색함이 없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이 노장 트리오의 연주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속 중심의 연주는 대중들에게 보다 강한 친화력을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그것이 바로 일본과 한국에서의 인기를 증명한다.
이번 베스트 앨범도 마찬가지다. 이 앨범은 철저히 대중의 입장에서 기획되었다. 즉, 지난 2005년 9월 일본의 오래된 재즈 잡지 “스윙 저널”에서 에디 히긴즈가 트리오의 형태로 비너스 레이블에서 발매한 10여장의 앨범에서 베스트 연주 리퀘스트를 받아 이를 기반으로 두 장의 앨범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 리퀘스트는 2002년도 앨범 <Dear Old Stockholm>의 수록 곡들이 대거 상위에 오르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그가 발표해 왔던 앨범들에서 고르게 선곡되었다. 그래서 리퀘스트 상위권에 위치한 23곡과 캐롤 한 곡을 포함해 24곡을 발라드와 스탠더드라는 주제로 12곡씩 나누어 CD 두 장에 담았다. 하지만 두 장에 수록된 모든 곡들이 스탠더드 곡들임을 생각한다면 그저 템포의 빠르기로 두 장을 분류했다 생각하면 될 듯싶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2 For 1의 가격의 합본반 형태로 발매되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각기 다른 앨범 두 장으로 발매가 되었다. 이것은 한국의 답답한 음반 시장의 불황이 만들어 낸 결과지만 어찌보면 합본반이 더 베스트 앨범의 성격에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튼 그 동안 에디 히긴즈가 발표했던 여러 트리오 연주들을 새삼 듣노라면 그가 얼마나 뛰어난 멜로디적 감각을 지닌 인물이며 또한 피아노 터치에 있어서도 생기 있고 가벼운 터치로 일관해 왔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십 년 이상이 흘러도 여전히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에디 히긴즈의 연주를 좋아하는 애호가들, 그래서 그의 앨범 대부분을 소장한 애호가들은 이번 앨범이 주는 유혹에 상당히 난감해 할 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베스트 앨범은 베스트 앨범이니 말이다. 하지만 앨범을 듣다 보면 베스트 앨범임에도 하나의 완성된 앨범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에디 히긴즈의 불변의 피아니즘을 생각하게 하는데 아무튼 색다른 배열로 그의 연주를 들어보는 즐거움도 일반 정규 앨범을 듣는 것만큼이나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