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보 탱고를 리드했던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마지막 피아노 연주자이자 국내에 내한 공연을 펼치기도 했었던 파블로 지글러의 새로운 앨범이다. 앨범의 타이틀 <Bajo Cero>가 영하를 의미하듯이 이 앨범은 파블로 지글러에게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지닌 듯하다. 그는 이번 앨범에서 공식적으로는 기타 연주자 쿠이케 시네시와 듀오를 이루고 아코데온 연주자 발터 카스트로를 초빙한 형태로 트리오 연주를 펼쳐 나간다.
지난 앨범 <Quintet For New Tango>가 색소폰 연주자 조 로바노 등을 초빙되어 재즈적인 면이 강하게 드러났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맑은 물처럼 투명한 맛을 주는 사운드를 바탕으로 아스토르 피아졸라에게 이어받은 누에보 탱고의 전통이 보다 더 정제된 형태로 드러난다. 재즈적인 즉흥 연주는 곡의 구조 내에서 자연스럽게 탱고의 전통과 결합하는 선에서 은근하게 드러날 뿐이다. 그래서 다른 어느 때보다 은근하면서 깊이 있는 탱고의 정서가 앨범 전체를 지배한다. 하늘이 너무 맑아 슬프다는 식의 조금은 모순된 낭만성이라고 할까? 세 악기가 긴밀한 호흡을 이루며 매끄럽게 진행되는 앨범의 각 연주들은 탱고에 고유한 뜨거운 낭만과 가슴 뭉클한 우수의 정서를 드러내며 새로운 탱고의 공간으로 감상자를 안내한다. 특히 “Flor De Lino”에 담긴 낭만과 “Milonga Del Adios”에서의 우수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새로우면서도 익숙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맑은 탱고를 원하는 감상자들에겐 좋은 음악을 담고 있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