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빅 밴드 오케스트라를 이야기하면 스윙 시대의 흥겹고 열정적인 사운드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재즈를 뜨거운 음악이라 생각하게 만들었던 이 스윙 시대의 빅밴드와 달리 비슷한 듯하면서도 보다 부드럽고 여유 있는 사운드를 들려주었던 빅밴드 또한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빅 밴드가 바로 스탄 켄튼 오케스트라였다. 보다 더 장대한 사운드 이미지와 섬세한 편곡으로 합주와 솔로 연주가 섬세하게 결합된 스탄 켄튼 오케스트라의 연주들은 쿨 재즈 시대에 많은 인기를 얻으며 재즈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정서와 음악의 영역들을 개척해 나갔다. 이러한 스탄 켄튼에게 있어 발보아는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었다. 막 오케스트라의 리더로 활동을 시작했던 1941년 그가 이끄는 오케스트라는 이 캘리포니아의 발보아 해변에 위치한 랑데부 볼룸(Rendezvous Ballroom)에서 여름을 보내면서 많은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롭게 소개되는 앨범 <Back To Balboa>는 앨범 타이틀이 의미하듯 다시 발보아로 돌아와 1957년 말부터 1958년 초까지 머무르면서 녹음한 곡들을 담고 있다. 1950년대 당시 스탄 켄튼은 보다 더 새로운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초기의 추억이 어린 곳으로 돌아왔다는 사실 때문인지 과감한 시도보다는 매우 안정적이고 전통적인 스윙감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연주를 들려준다. 그럼에도 다양한 소리의 층들이 겹을 이루어 만들어 내는 시원하고 부드러운 오케스트라의 특징들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4곡의 보너스 트랙들은 빌 퍼킨스, 레니 니하우스, 켄 슈로이어 같은 솔로 연주자들과 브라스 섹션간의 조화의 측면에서 원래의 수록 곡들보다 더 재미있는 진행을 보이고 있고 그만큼 더 큰 정서적 만족을 준다. 그래서 이미 앨범을 소유한 감상자들에게는 최근 유행하는 광고의 카피만큼이나 화나는 일이 될 것이다.
Back To Balboa – Stan Kenton (Capitol 1958)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