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음악은 지금까지 크로스오버 뮤직의 소재로 빈번히 활용되었다. 그런데 그런 크로스오버의 가능성은 아직도 무한한 모양이다. 그 가운데 피아노 연주자 에밀리오 아라곤은 바흐의 음악에 쿠바의 화려한 리듬과 뜨거운 분위기를 입히려 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클라즈브라더스와 쿠바퍼커션의 최근 활동을 연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에밀리오 아라곤의 시도는 새로운 편곡 자체보다는 바흐의 엄숙함이 쿠바의 열정과 만났을 때 발생하는 새로운 정서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현악 오케스트라가 제대로 연주하는 바흐의 브란덴부르그 협주곡 아래로 화려한 쿠바의 리듬이 흐르는 방식으로 두 상이한 음악을 만나게 했다. 그런데 결과를 놓고 말한다면 그렇게 만들어진 사운드는 지극히 평이하다고 하고 싶다. 특별히 새로운 무엇보다는 두 가지 음악이 동시에 진행되는 듯한 느낌, 그러면서 아주 우연히 그럴싸하게 어울린다는 느낌이 강하다. 즉, 바흐의 음악이나 쿠바의 리듬, 분위기 간의 화학작용은 그다지 강하지 않다. 오히려 변화무쌍한 쿠바 리듬에도 불구하고 기품을 잃지 않는 바흐의 모습이 더 강하게 느껴질 뿐이다. 어떤 방식으로 연주되건 바하는 바흐임을 증명한다고나 할까?
Bach To Cuba – Emilio Aragon (Universal 2006)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