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린 레온하트는 에디 히긴즈 트리오의 멤버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베이스 연주자 제이 레온하트의 딸이다. 그래서 그녀의 음악에는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가 지배하는 메인스트림 재즈 연주를 주로 했던 아버지 제이 레온하트의 영향이 기저에 자리잡고 있다. 여러 스탠더드 곡을 노래하는 이 앨범에도 온화함과 부드러움이 편재한다. 사실 이러한 분위기 자체는 별 부담 없이 감상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앨범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편곡까지 도맡아 한 데이브 매튜-롹 장르의 데이브 매튜와 혼동하지 말자-의 편곡 방향 역시 각 곡들의 개성보다는 전형적인 재즈 보컬 곡의 이미지에 기대고 있다. 그래서 다소 지루해질 수 있는 위험이 있는데 이것을 앤디 스나이처, 로저 블랑 같은 게스트 연주자들을 적극 활용하여 극복해 나가고 있다.
이 앨범은 분명 듣기에 부담이 없고 오히려 아늑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캐롤린 레온하트의 보컬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은 노래를 잘한다 못한다의 차원이 아닌 개성의 문제다. 분명 감상자의 기억에 오래 남을만한 그녀만의 독특한 무엇이 있었더라면 이 지극히 평범한 연주들은 그 가운데서도 매우 신선하게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편안한 분위기를 너무 의식해서였는지 캐롤린 레온하트는 자신의 존재를 그렇게 힘있게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 편안함과 부드러움을 추구하는 앨범에서 그녀만의 개성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 신인에 해당하는 그녀에게 무리한 요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