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리코 피에라눈지는 평소 케니 휠러와 함께 앨범을 녹음하고 싶어했다고 한다. 아마 케니 휠러 특유의 따뜻한 서정주의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지난 2003년 퀸텟 편성으로 앨범 <Fellini Jazz>를 녹음한 이후 퀄텟 편성으로 새로운 녹음을 했다. 그리고 앨범 타이틀부터 이전에 맛볼 수 없었던 조화임을 강조했다. 그런데 평소 두 연주자의 성향에서 유추해 침묵과 긴장, 그리고 그 안에서피어 오르는 시적인 정서가 지배하는 사운드를 예상한다면 어쩌면 이 앨범은 그와는 다소 다른 사운드를 들려준다고 할 수도 있겠다. 물론 케니 휠러 특유의 서정적인 트럼펫의 울림은 여전하다. 그리고 엔리코 피에라눈지의 청아한 피아니즘도 물론 여전하다. 하지만 이 앨범이 듀오가 아닌 퀄텟 앨범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함께 하고 있는 리듬 섹션 연주자는 피아노 연주자가 가장 호흡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연주자들이다. 이들로 인해 앨범은 피아노와 트럼펫뿐만 아니라 네 악기 모두가 서정을 전제로 펼치는 즉흥적 인터플레이가 매력이다. 따라서 앨범 타이틀이 의미하는 “전에 없던”사운드는 그룹 차원의 뛰어난 호흡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As Never Before – Enrico Pieranunzzi (Cam Jazz 2008)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