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는 개방적인 음악이지만 그만큼 전문가적 능력을 연주자에게 요구한다. 그래서 한 악기 분야에 있어 높은 인정을 받은 이후 다른 악기로 전환해 성공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다. 그래서 나는 왜 엘리안느 엘리아스가 잘나가는 피아노 연주자 대신 보컬리스트로 자신을 알리고자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2004년도 앨범 <Dreamer>가 뜻밖에 매력적인 엘리안느 엘리아스의 모습을 발견하게 해주었음 또한 부인하지 못한다. 아무튼 아직까지 엘리안느 엘리아스는 피아노연주자와 재즈 보컬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에 서 있다. 그 와중에 새로이 발표한 이번 앨범은 보컬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간 그녀의 모습을 확인시켜주지 않나 싶다. 그렇다고 이번 앨범에서 그녀가 진일보한 창법을 들려준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벨벳 톤의 목소리로 큰 높낮이보다는 평탄한 스타일로 안정과 편안함에 중점을 둔 노래를 들려준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감싸는 사운드는 그녀가 자신의 보컬이 지닌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사운드의 기획을 통해 보컬의 신선함을 가져오려 했음을 생각하게 한다. 정말 사운드의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앨범은 과연 엘리안느 엘리아스가 이런 음악을 생각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기존의 라틴 풍의 음악 외에 스무드 재즈, 플라맹코, 일렉트로니카 등 다양한 장르가 예상을 깨고 등장한다. 특히 밥 말리의 곡을 노래한 “Jammin’”은 그대로 어느 라운지 칠 아웃 앨범에 넣어도 괜찮을 정도로 기존 엘리안느 엘리아스와는 다른 충격을 일으킨다.
아직까지 그녀가 어떤 음악적 행보를 이어갈지 예측하기 힘들다. 그러나 최소한 보컬만큼은 제대로 된 성공을 향해 가고 있음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