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 블레이는 지금까지 독특하고 개성강한 사운드를 담고 있는 빅 밴드 앨범들을 다수 발표해왔다. 하지만 근 10년 이상 그녀의 새로운 빅 밴드 앨범을 만나기가 무척 어려웠다. 그래서 칼라 블레이의 음악을 좋아하는 감상자에겐 이번 앨범이 무척이나 반가울 텐데 그 기대에 맞게 이번 앨범도 여전히 개성적이다. 이 앨범에서 그녀는 상정한 빅 밴드의 시공간으로 1950년대 클럽을 상정했다. 즉, 스윙 시대가 저물어 빅 밴드의 인기도 시들해질 무렵의 클럽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만들어 낸 1950년대 클럽의 분위기란 적당한 흥겨움을 유지하면서 왁자지껄한 실내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감싸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번 앨범의 전반적 주제는 1976년도 앨범 <Dinner Music>과 유사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물론 사운드는 확연히 다르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를 위해 그녀는 파리의 뉴 모닝 클럽을 빌리고 여러 연주자와 관객들을 불러 이틀간 1950년대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그 가운데 5곡을 앨범에 담았다. 그리고 그 곡들은 그녀 특유의 키치적인 아이디어와 나른하고 해학적인 분위기를 지녔다. 그 가운데 4개의 부분들로 구성된 25분 분량의 대 곡“Appearing Nightly At The Black Orchid”는 연주적 매력을 유지하면서 클럽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연출하고자 했던 칼라 블레이의 의도가 가장 잘 드러난 곡이라 생각된다.
Appearing Nightly – Carla Bley Big Band (Watt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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