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다양한 리듬 패턴 가운데 하나를 가리키는 동시에 음악 스타일이기도 한 보사노바는 현재 브라질을 넘어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음악이 되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사노바를 사랑하면서도 막연하게 보사노바를 브라질의 전통적인 리듬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새로운 흐름’이라는 의미를 지닌 보사 노바는 다양한 브라질 리듬 가운데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리듬이다. 다른 리듬들도 그 발생 기기를 명확히 가늠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보사노바는 출생 년도가 명확하다. 그러니까 1958년 브라질의 여가수 엘리자베스 카르도소가 자신의 앨범 <Cancao do Amor Demais>에서 “Chega De Saudade”를 노래하면서 보사노바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 “Chega De Saudade”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이 곡을 만들고 비니시우스 드 모라에스가 가사를 썼으며 호앙 질베르토가 기타로 삼바를 기반으로 쿨 재즈적인 색채를 도입한 새로운 리듬을 연주함으로써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조빔, 모라에스, 질베르토 이 세 사람이 보사노바의 탄생을 이끌었다 할 수 있겠다. 그 가운데 리듬의 측면에서 본다면 호앙 질베르토를 진정한 보사노바의 창시자로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후 보사노바의 발전을 살펴보면 호앙 질베르토가 아닌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에 주목하게 된다. 왜냐하면 ‘Corcovado’, ‘Girl From Ipanema’등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보사노바의 스탠더드 곡들이 그의 손을 거쳐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곡들을 통해 보사노바의 인기가 브라질을 넘어 세계로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단지 작곡가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자신이 노래를 부르며 수 십 여장의 앨범을 남겼다. (브라질 밖에서는 편의상 톰 조빔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따라서 올 해로 보사노바의 탄생 50주년을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곡으로 기념하기로 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이번에 새로이 발매된 조빔 선집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다양한 앨범들 가운데 아틀란틱 레이블에서의 활동을 정리한 것이다. 1965년도 앨범 <The Wonderful World Of Antonio Carlos Jobim>부터 1980년도 앨범 <Terra Brasilis>에 이르는 6장의 앨범과 그가 편곡자로 참여한 존 헨드릭스의 1964년도 앨범 <Salud! Joao Gilberto Originator Of The Bossa>까지 총 7장의 앨범에서 선곡한 61곡을 석 장의 CD에 나누어 수록되었다. 그래서 비록 그의 긴 음악 여정을 석 장의 CD로 정리하는 것이 다소 무모해 보일 지는 모르지만 그가 만든 보사노바의 명곡들 대부분을 다 만날 수 있다. 또한 너무나 평온해서 세상사에 무심하거나 냉소적인 느낌을 주는 그의 창법과 스트링을 적극 활용한 편곡을 통해 보사노바 특유의 나른한 정서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