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작곡가로서 더 많은 역량을 보여주었던 기타 연주자 앤서니 윌슨의 이번 트리오 앨범은 필자에게는 무척이나 정감있게 다가온다. 그것은 이 앨범이 지닌 은밀하고 개인적인 느낌 때문이다. 기타, 오르간, 드럼으로 편성된 이들의 연주 방식은 분명 현대 재즈의 양상을 반영하고 있으면서도 정서적으로는 60년대를 지향한다. 오르간 주자 잭 맥더프나 기타 주자 그랜트 그린이 들려주었던 음악들이 지닌 향수 어린 정서가 이번 앨범 도처에서 드러난다. 윌슨의 기타는 특별히 새롭다거나 현란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아기자기한 멜로디들을 담백하고 무심하게 뽑아낸다. 이를 하몬드 오르간이 안개처럼 착 감기고 드럼이 적당한 흥겨움을 불어넣는데 그 분위기가 너무나 편안하다. 그 연주가 너무나 담담하기에 이들에게는 각 곡들이 유발시킬 수 있는 어떤 감정적인 효과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런데 감상자를 사운드가 감싼다기 보다는 지금 감상자 앞에서 감상자와 상관없이 연주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그런 느낌을 주기 때문일까? 오히려 이러한 면이 감상자에게 연주에 대한 몰입보다는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기억을 회상하게 유도한다.
Our Gang – Anthony Wilson Trio (Groove Note 2001)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