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지간인 조 마네리와 맷 마네리, 그리고 미국 출신으로 현재는 프랑스 남부에서 살고 있는 바레 필립스는-이 앨범이 생트 필로메네 예배당에서 녹음된 것도 그가 이 예배당 근처에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방가르드 음악계에서 확고한 명성을 얻고 있는 연주자들이다. 이 세 연주자가 이번 앨범에서 표현하고 있는 것은 흔히 말하는 관습의 해체가 아니다. 그보다 이 세 도발자들은 상당한 협의를 전제로 요구하고 있는 일반적인 음악의 구조 사이에 미발견의 상태로 남아 있는 새로운 단위의 음(音)들과 그들의 관계를 탐구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므로 기존의 음악적 관점으로 이들과 소통하기를 원한다면 감상자는 큰 벽에 부딪힌 듯한 막막함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듣는다면 이 앨범에 담긴 음악은 음악보다는 본격적으로 연주를 하기 전에 각 멤버들이 서로 조율을 하는 것을 녹음한 것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다시 정색을 하고 스피커 앞아 연주를 상상하고 이 연주자를 감싸는 공간을 상상하며 적극적으로 연주를 듣는다면 허무한 순간들이 연속된 세 연주자의 동시 다발적인 목소리들이 의외로 “조화”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놀라게 될 것이다. 그것은 이 미지의 탐구가 오랜 시간 정신적 교감을 나눠온 세 연주자들의 순간적 촉발과 반응을 통해서 구조적으로 완성되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보이는 암호 같은 음들의 연속은 의외로 독특한 시작과 끝을 지닌 내적인 서사마저 느끼게 해준다. (이것이 앨범 내지에서 언급된 새로운 의미의 블루스를 설명한다.)
흔히 정의가 곤란할 때 우리는 아방가르드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이것은 일반적으로 더 이상 가까이 하지 않겠다는 선고의 의미를 띈다. 하지만 이 앨범에 담긴 음악이 많은 감상자와 소통하기 어려운 것을 인정함에도 나는 이 앨범에 담긴 낯선 아름다움이 매우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