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올로 프레주가 이끄는 편성은 3개로 나뉜다. 하나는 어쿠스틱을 기조로 한 정통 퀸텟이고 다른 하나는 일렉트로닉스를 사용하는 트리오, 그리고 이 두 편성의 중간정도에 해당하는 이 앨범 제목을 딴 엔젤 쿼텟이 있다. 이 쿼텟은 프레주의 기존 편성에 누옌 레의 기타가 피아노 대신 들어온 것이라 할 수 있는 편성이지만 이로 인해 음악적으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왜냐하면 레의 역할이 피아노를 단지 대체하는 것을 넘어 프레주와 거의 공동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레주가 이전 레의 앨범에 등장할 때 게스트 이상의 역할을 넘지 못했던 것과는 매우 다르다.
언젠가 지미 헨드릭스의 추모 방송에 출연해 누옌 레 자신이 헨드릭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연주자라고 밝혔던 적이 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누옌 레의 기타는 헨드릭스의 우주적인 사운드와 닮았다. 아무튼 이런 누옌 레의 영향이 이 앨범에 강하게 드러나고 있는데 그 단적인 예로 퀄텟의 이름이자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인 ‘Angel’은 바로 헨드릭스의 곡이라는 것을 들 수 있다.
얼핏 보면 파올로 프레주의 멜랑콜리한 스타일과 약간은 전위적인 누옌 레의 스타일이 잘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의외로 이 앨범의 음악들은 훌륭하다. 종종 파올로 프레주의 연주나 음악에서 지적되어 왔던 힘의 부족과 멜로디의 강조에서 오는 심심함이 누옌 레의 강한 톤의 기타로 인해 보상을 받고 누옌 레 역시 파올로 프레주의 서정성의 도움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이 두 연주자가 멋진 앙상블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이유는 비록 각자의 스타일은 다르지만 공간에 대한 인식이 같다는 것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마일스 데이비스풍의 가냘프고 앏은 음색이 특색인 파올로 프레주의 연주는 언제나 잔향에 대한 배려를 담고 있었다(첫 곡 ‘Everything Happen To Me’의 인트로를 들어보라). 자신의 음색이 지닌 약점을 스스로 보완하려 했던 결과라 할 수 있겠는데 이것이 우주적인 사운드의 누옌 레의 일렉트릭 기타가 만들어 내는 공간감과 상통하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들은 매우 진지하면서도 아름답다. 파올로 프레주의 곡에서는 그를 감싸는 침묵대신 누옌 레의 우주적인 톤이 배경으로 편재하고 누옌 레의 곡에서는 파올로 프레주도 누옌 레의 일렉트릭 사운드와 호흡하면서 자신의 트럼펫에 적절하게 이펙트를 넣어 기타의 톤 컬러를 강조해준다. 특히 개인적으로 누옌 레 자신의 앨범에서 보다 이 앨범에서 그의 기타 더 솔직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생각이다. 자신의 음악적 담론에서 자유로이 벗어났기 때문일까? 한편 푸리오 디 카스트리의 베이스와 로베르토 가토의 드럼은 두 연주자를 균형있게 뒷받침하면서 자신들의 개성있는 연주를 잃지 않고 있다.
그러나 누옌 레의 강한 기타가 드러나는 ‘Angel’의 흥분을 뒤로 하고 다시 첫 곡과 거의 같은 기조로 파올로 프레주의 서정이 잘 드러나는 ‘I Fall In Love Too Easily’로 끝을 내는 것을 보면서 역시 이 앨범은 프레주의 앨범이구나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